정당한 이유 없이 채무자의 가족을 상대로 한채권추심 행위는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와 불법 또는 편법적인 채권추심에 제동이걸릴 전망이다. 서울고법 민사4부(박일환 부장판사)는 21일 전기업체 Y사가 신용정보업체를 통해 채무자의 어머니 김모(73)씨에게서 '빚을 대신 갚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낸 뒤 김씨를 상대로 "서약서대로 빚을 갚으라"며 낸 1억6천여만원의 보증채무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정보법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신용정보업자의 채권추심행위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신용정보업자가 채권자를 대리해 채무자에게서 빚을 받는 정도를 넘어 대물변제를 받거나 채무자 외의 다른 사람과 '빚을 대신 갚겠다'는 약정을 하는 행위는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령에 교육수준도 낮고 시력도 나쁜 피고에게서 서약서를 받아낸 신용정보업체의 행위는 현저히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며 "원고는 신용정보업체에 '법이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채권추심권한을 위임한다고 계약서에 명시했으므로 신용정보업체가 김씨에게서 받아낸 서약서를 근거로 채무변제를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신용정보법은 채무자의 채무관련 사항을 정당한 이유없이 가족에게 알려 부담을 주거나 심야방문 등 사생활과 업무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 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시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Y사는 2002년 4월∼8월 C사에 1억6천여만원을 빌려주면서 C사 대표인 유모씨가연대보증했으나 빚을 못갚자 신용정보업체에 채권추심을 위임했으며 신용정보업체는지난해 3월 충남 공주에서 혼자 사는 유씨의 어머니 김씨를 찾아내 "아들이 형사사건에 연루됐는데 서약서에 서명만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며 서약서를 받아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