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라톤의 쌍두마차에서 만년 2인자로 추락,다시 2시간6분대를 꿈꾸는 오뚝이 러너로.' 김이용(31.국민체육진흥공단.강원)이 12일 제85회 충북 전국체전 마라톤에서 우승해 화려한 부활의 날개를 폈다. 김이용은 이날 기록 면에서는 2시간24분25초로 좋지 못했지만 다음달 7일 서울에서 열리는 중앙국제마라톤 출전을 앞두고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뛴 레이스라 표정은 무척 밝았다. 99년 로테르담마라톤에서 국내 랭킹 2위 기록인 2시간7분49초를 뛰어 이봉주(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마라톤의 쌍두마차로 떠올랐던 김이용은 유난히도 굴곡이 많은마라톤 인생을 걸어왔다. '정봉수 사단'의 차세대 특급으로 불리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메달을 바라봤던 그는 소속팀 코오롱과의 갈등으로 방황하다 올림픽행이 좌절됐고 위에 혹이 생기는 등 잦은 위염으로 인고의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작년 중앙국제마라톤에서 5위로 재기에 시동을 걸었지만 올초 다시 소속팀을 구미시청에서 체육진흥공단으로 옮기면서 생긴 공백 때문에 아테네행 티켓을 놓쳤다. 주변에서는 '이제 김이용이 한물 갔구나'라는 비아냥거림이 들려왔고 그대로 마라톤 인생을 접을 것이라는 예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김이용은 이봉주 등 대표선수들이 아테네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을 당시인 지난 8월 해발 800m 고지의 평창대관령하프마라톤에서 1위를 차지하고 실업단대항대회 10,000m와 5,000m를 휩쓸며 서서히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1년 만에 뛴 풀코스를 무난히 완주해 내년 7월 헬싱키 세계선수권을 향한 전망을 밝게 했다. 김이용은 "새 둥지를 잡고 안정을 찾았다. 중앙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대를 뛰고 내년에는 생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시간6분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은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라 언제라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예전과는 달리 몸이 제대로 만들어져 호기록을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내년 세계선수권 입상 전망에 대해 언급하면서 "누군들 내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우승할 줄 알았겠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을 주문했다. (청주=연합뉴스) 체전취재반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