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해 조성되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의 발행잔액이 올 들어 30% 정도 늘었는데 이자 지급액은 이미 작년 지급액의 두 배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올해 1∼8월 중 외평기금에서 지급된 이자 3조1천억원 가운데 1조8천억원 가량은 사용처마저 불분명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외환당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현물시장뿐만 아니라 외환스와프나 역외선물환(NDF) 등 파생상품에 손을 대면서 '말 못할' 비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급격히 늘어난 외평기금 이자 재경부가 11일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중 외평기금 이자지급액은 3조1천1백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연간 이자(1조6천6백18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반면 외평기금 발행잔액은 작년말 33조4천억원에서 올 8월말 43조원으로 28.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원금 증가폭에 비해 이자지급액이 지나치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시중금리가 계속 하락해 이자비용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행방이 묘연한 '1조8천억원' 재경부가 발표한 이자지급액은 한국은행의 계산과도 맞지 않는다. 한은은 최근 송영길 의원(열린우리당)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1∼7월 중 원화 외평채 이자비용이 9천2백41억원,외화 외평채는 1억5천4백만달러(약 1천1백70억원)"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8월 이자지급분까지 합치면 원화 외평채 이자는 1조1천억원을 조금 웃돌고 외화 외평채 이자는 1천7백8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올 1∼8월 중 외평기금 이자비용 명목으로 회계처리한 금액은 1조3천억원가량으로 재경부 발표액(3조1천1백32억원)보다 1조8천억원이나 적다. ◆사라진 이자,어디에 썼나 재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자지급 방식이 바뀌었고 기금규모가 확대돼 이자가 불어났다"며 "외환정책의 특성상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됐는지 조목조목 공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환율 방어 과정에서 현물시장뿐 아니라 역외 차액결제 선물환(NDF) 시장에도 뛰어 들었고 국민연금 등과 외환스와프 거래를 체결했다는 사실은 외환시장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정부가 공개하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