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엘프리데 옐리네크(58)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시인으로 1946년 슈타이어마르크주 뮈르츠추슐락에서 태어나 빈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강압적인 방식으로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는 그녀를 세계적인 음악가로 만들려고 했지만 옐리네크는 이에 대한 반발로 '음악'이 아닌 '문학'을 선택했다.


1967년 시집 '리자의 그림자'로 문단에 데뷔한 옐리네크는 60년대 말∼70년대 초 유럽에 몰아닥친 학생운동의 영향을 받아 비판적인 색깔의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특히 현실을 왜곡되게 표현하는 대중문화의 감춰진 이면을 혁신적인 어법으로 표현해 냈다.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그녀의 문학적 관심은 폭력과 굴종,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자비한 세계와 이 세계 속에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노출된 대중들에게 옮아간다.


옐리네크는 또 번창한 오락산업이 성 억압이나 계급차별 같은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을 어떻게 호도하는지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그녀가 '문학이냐 포르노냐'하는 논쟁 속에 89년 내놓은 소설 '욕망(Lust)'은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옐리네크는 이 작품으로 가부장적 사회의 권력관계를 해부하고 비판하는 과격한 필치로 현대 유럽 여성문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의 조국인 오스트리아를 작품 속에서 '죽음의 왕국'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옐리네크는 문단에서 끊임없이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많은 독자와 비평가들이 그녀의 천재성과 작가적 실험정신 및 문제의식을 극찬하는 반면 작품의 의도적인 난해함과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역겹게 여기는 이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98년 그녀가 게오르크 뷔히너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축사를 맡은 이반 나겔은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해 "거의 참을 수 없을 정도로,그러나 대단하고 필연적인 방식으로 독자들을 낯설게 하는 작품"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우리나라에는 83년작 '피아노 치는 여자'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2001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영화로 만든 '피아니스트'의 원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독일 현대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 중의 하나로 옐리네크 자신의 자전적인 성격이 강하게 배어있다.


빈 사람들이 자식들에게 음악공부를 시키며 사회적 신분상승의 기회를 노리고 있음을 비판한 점은 우리나라의 예술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아 흥미롭다.


소설 외에 희곡에도 관심을 보인 옐리네크는 74년 첫 라디오 방송극본을 시작으로 많은 희곡을 남겼고 오페라 대본을 쓰기도 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86년에는 쾰른시 하인리히 뵐 상,89년 빈시 문학상,94년 보쿰시 페터 바이스 상을 받는 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옐리네크는 지난 96년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이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됐으며,1901년 노벨문학상 제정이래 10번째 여성 수상자가 됐다.


옐리네크는 수상소식을 듣고 스웨덴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수상은 놀랍고도 큰 영광"이라면서 "하지만 몸이 아파 문학상을 받으러 스톡홀롬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