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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투데이] EU, 이젠 터키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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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터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협상 개시를 유럽 각국에 권고했다. 터키는 1963년 유럽경제공동체 준회원이 된 이래 형식적으로는 유럽의 일원이 되었으나,EU 가입 노력은 계속 좌절돼 왔다. 하지만 이제 곧 본격적인 가입 협상이 시작될 것이고,그 실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터키인들은 외국 자본 유입을 기대하는 은행인들부터 고대문명지 카파도키아의 여행가이드까지 EU 가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다른 유럽인의 생각은 반반이다. 여전히 고딕 성당 안에 들어앉아 라틴과 동방문명의 충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터키의 EU가입에 반대한다. 반면 좀더 넓은 안목을 가지고 EU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쌍둥이 형제 쯤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은 찬성 쪽이다. EU는 이같은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1993년 EU가입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는데,쉽게 말해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입증해 보이라는 것이었다. 터키는 소수민족 보호 노력을 입증하기 위해 쿠르드 언어 교육 프로그램까지 만들고 EU의 요구 조건을 잘 이행해왔다. 물론 협상의 앞날은 고되고 길 것이다. 세부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괴물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터키의 EU가입 추진 과정에 있어서 아마도 가장 기이한 일은,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이슬람 정권이라는 사실이다. 터키에서는 이슬람 정권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만 현 정부는 상당히 운이 좋아 의회 다수를 장악했다. 2001년 경제가 붕괴되고 IMF 관리체제가 시작되자,심각한 내핍에 못이긴 국민들에 의해 조기 선거가 소집돼 집권 연합 정당이 몰락한 것이다. 물론 현 정권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간통을 불법화하겠다고 주장해 다른 유럽 국가들을 질겁하게 만들었다. 터키 정부의 전반적인 태도는 다른 유럽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잔인하거나 몰상식하지 않다. 이 정부는 정직하고 효율적이며,이곳 외국인들도 현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게다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분열된 당을 휘어잡은 만만치 않은 정치인이며,EU가입 협상 개시와 경제 회복이라는 시대적인 조건들도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터키는 이 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인플레이션도 어느 정도 잡는데 성공했다. 터키 물가는 지난 30년간 연간 80%라는 무자비한 기세로 올랐다. 그러나 달러 표시 물가상승률은 이만큼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터키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지난 정권 때 도입된 프로그램이 더디기는 하지만 효과를 내기 시작해 자본투자와 생산성이 되살아나고 교역이 늘어나며,물가도 지난 2년간 통제선 아래에 머물렀다. 내년 초부터는 화폐의 여섯 자리를 없애는 리디노미네이션도 실현된다. 터키는 태생적으로 국제적인 나라다. 터키 정부가 이슬람 종교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자유시장 및 유럽연대를 지지했던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투르구트 오잘 정권 역시 무역 연합체 구성을 목표로 삼았다. 공화국과 전통 오스만 제국의 합성판인 터키에,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결국 옳은 선택은 유럽에 들어오는 일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 근대사 교수 출신으로 지금은 터키 앙카라 빌켄트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노먼 스톤이 6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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