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단기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투신권에서는 단기자금이 지나치게 몰리자 운용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아예 MMF(머니마켓펀드)를 받지 않는 곳도 나오고 있다. 6일 자산운용협회와 투신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인하한 지난 8월12일 이후 투신권 MMF는 55조7천억원에서 지난 4일 현재 58조9천억원으로 3조원 이상증가했다. MMF는 지난달 17일 60조원5천억원까지 늘었으나 단기 자금 운용 수익률을 맞춰주기 어렵다는 이유로 일부 투신운용사들이 MMF 수탁을 꺼리며 지난달 말에는 MMF수탁고가 55조2천억원으로 줄기도 했다. 같은 기간 단기 채권형 펀드 수탁고는 콜 금리 인하 직전 38조3천억원에서 지난4일 42조3천억원에 달해 4조원 가량이 늘었다. 또한 한국은행이 집계한 `9월중 금융권별 여수신 현황'을 보면 단기 자금으로분류되는 은행권 실세 요구불 예금이 한달동안 6조9천억원이 늘었고 MMDA(수시입출금식예금) 등 단기성 예금이 절반가량 포함된 저축성 예금도 3조2천억원이나 증가했다. 이같은 단기 자금 증가는 소비 진작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콜 금리 인하와 함께이뤄진 재정 지출 확대로 가속됐으며 추가적인 콜 금리를 인하시 더욱 규모가 늘 전망이다. 한 투신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지난 8월 콜금리 인하후 실세 금리가 떨어지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단기상품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일부 대형운용사들은 운용난에 MMF를 받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이나 내달 콜 금리를 다시 인하할 경우 시중의 단기자금은 더욱 불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MMF 운용 수익률이 3%대에서 2%대로 떨어지는 등 저금리 구조가 고착되면 단기자금이 `대기처'가 아닌 `투자처'를 찾아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금단 삼성증권 수석연구원도 "콜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로 유동성이 늘었으나 투자로 이어지는 시점이 지연되며 단기 자금이 늘고 있다"면서 "대부분이 경기나 증시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기성 자금으로 떠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저금리 속에서 은행 예금에 부담을 느낀 자금들이 안정적인 채권형이나 적립식 주식펀드 등 실적 배당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 우량주 위주로 장기 투자하는 실적 배당 상품으로도 자금이 흘러갈 수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