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 미국국제학교에 진입했던 탈북자 9명이 중국 공안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탈북자 처리에 대한 미국의 모순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탈북자 미국 망명을 허용하는 북한인권법안의 상원 통과가 임박했던 시점에서 미국이 자국 공관에 준하는 시설에 진입한 탈북자에게 곧바로 퇴거를 요구했다는 자체가 이율배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베이징 일본학교에 진입한 탈북자 29명이 일본대사관의 보호를 받고 있고 지난 6월 흉기를 들고 베이징 독일학교에 들어간 탈북자 4명도 독일 정부의 보호를 받다 한국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학교측의 탈북자 퇴거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북인권단체들도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학교측이 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몬 처사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일 한 대북인권단체 관계자는 "북한인권법이 아직 발효되기 전이고 학교의 경우 공관과는 달리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일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렇지만 탈북자들을 퇴거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의 한 탈북지원 활동가는 "미국은 2002년 5월 선양 미국 영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3명이 당초 미국행 의사를 밝혔지만 영사관측이 중국 공안에 인계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한국으로 행선지를 바꾼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미국 학교에 진입한 탈북자 9명이 최종적으로 한국행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학교측이 이들을 다시 바깥으로 내보냈다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이 그간 일반 탈북자 수용에 미온적 태도를보여왔던 만큼 북한인권법이 시행되더라도 정보 가치가 높은 고위층 출신 탈북자에게만 망명을 허용하는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인권법안이 북한 주민이 한국 헌법에 따라 향유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적취득권을 이유로 미국으로의 난민 또는 망명 신청 자격을 제한받지 않도록 한다는규정을 넣은 것도 북한 고위층 인사의 미국행을 용이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과거 미국은 김경필 전 베를린 주재 북한 이익 대표부 서기관 부부를 비롯한 북한 주요 인사의 자국 망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임을 주장하는 우리 정부와 관할권을 놓고 일부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탈북지원단체 관계자는 "북한인권법이 발효돼 자금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일반 탈북자보다는 북한 내부의 고급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북한 고위 인사를 겨냥한 기획 망명이 초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