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여성들도 투표권을 행사하고 피선거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이집트의 수니 이슬람 최고 지도자가 29일 밝혔다. 카이로에 있는 전세계 수니 이슬람 최고 권위기구인 알-아즈하르의 셰이크 모하마드 사이드 탄타위는 쿠웨이트 신문 알-라이 알-아암과 회견에서 무슬림 여성의 투표권을 강조한데 이어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알-아즈하르의 최고 지도자로 종교적 해석에 있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는 "무슬림 여성도 투표에 참여하고 공직자에 관해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고말했다. 셰이크 탄타위는 특히 자신의 견해가 "이집트와 쿠웨이트를 비롯한 모든 무슬림국가의 여성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탄타위의 발언은 최근 열린 이집트 집권당 전당대회가 야당과 일반 국민의 염원인 정치개혁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여성의 참정권과 기타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걸프 국가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는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하게 투표에 참여하고 공직에 출마할 권리를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쿠웨이트의 경우, 걸프 아랍 국가들 가운데 최초로 국민의 선거로 뽑는입법기구를 출범시켰지만 여성은 투표에 참여할수도 없고 공직 출마도 허용되지 않는다. 개혁 지향적인 셰이크 사바흐 알-아흐마드 알-사바흐 총리 정부는 지난 5월여성의 투표 참여와 의회 선거 출마를 허용하는 법안을 가결했지만 의회 내 강경파의 반대로 의회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다. 내년에 역사적인 지방선거를 계획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도 공식적으로는 여성의 참정권을 부인하지 않지만 내년 선거에서 여성의 투표 참여를 허용하지 않을방침이다. 바레인, 카타르, 오만 등 걸프 소국들은 여성의 공직 출마를 허용하고 있다. 셰이크 탄타위는 이와관련, "여성은 투표에 참여할수 없고 정치적 참여권도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바꾸도록 충고한다"고 밝혔다. 알-아즈하르의 수장이 정치적 문제에 대해 견해를 직접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인일로 걸프 국가들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