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들을 성추행한 파렴치한 남편인가, 어린 자녀들을 이용해 남편을 무고한 부인인가. 집과 여행지 등에서 수차례 자녀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징역 3년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39)씨는 92년 결혼해 두 남매를 얻었지만 고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부인은 결혼 10년만인 2002년 1월 가출했다. 어린 두 자녀(당시 5세여,6세남)와 함께 지내며 여행도 다녀오던 A씨가 2003년 2월 부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내자 부인은 맞소송을 낸 뒤 같은해 9월 남편 모르게두 자녀를 만났고 "남편이 두 자녀를 상습 성추행했다"며 고소했다. 그러자 A씨도 "부인이 아이들을 회유해 증거를 조작했다"며 무고죄로 맞고소했다. A씨는 다만 "아이들이 귀여워서 입을 맞추며 애정표현을 한 일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똑같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두 자녀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생겼다. 엄마와 함께 병원과 경찰 조사에서는 일관되게 "아빠가 `XX(아이들이 성기를 지칭하는 표현)장난'을 했다"고 하던 아들이 다시 A씨를 만난 뒤 "엄마가 시켜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을 바꾼 것. 법정에서 엄마와 여동생을 만난 아들은 경찰 진술 녹음 테이프를 들려주자 불편해했고 성추행당했다고 진술하는 여동생과 엄마에게 적대감을 보였다. 아이들을 진료한 두 병원 역시 한곳은 '별다른 상처가 없다'고 진단했지만 일주일 뒤 다른 병원은 '상처가 발견됐다'고 진단했다. 1심 수원지법은 ▲아들이 종전에는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피해사실을 진술하다 A씨를 만난 뒤 말을 바꿨고 ▲여동생과 엄마를 대면하지 않으려 하는 아들의 태도도 석연치 않으며 ▲1차 진료를 한 의사는 '치료가 필요한지만 봤다'는 취지로 진술한점 등을 감안, 딸의 진술이 신빙성 있다고 보고 징역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23일 ▲딸은 'XX장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 딸이 설명하는 'XX장난'도 또래 아동들의 단순한 성적 장난으로 보이며 ▲여행지에서 아이들 할머니와 함께 있는 방에서 성추행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취지의 진술은 모두 자녀들이 어머니 보호아래 있을 때 나온 것으로 1차 진료 때 나오지 않은 상처가 2차 진료 때 나온 점에 비춰 부인측이 증거를 조작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