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주재 영국 대사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알-카에다 최고의 모병관'이라고 묘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외무부의 최고참 외교관 가운데 하나인 아이버 로버츠 이탈리아 주재 영국대사는 지난 주말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열린 비공개 친선 모임에서 "부시가 재선되면 알-카에다가 제일 먼저 박수를 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에는 영국과 이탈리아 외교관, 관리, 언론인들이 참석했고 로버츠 대사의 발언은 비보도를 전제로 한 것임에도 20일자 이탈리아 유력지 `코리에레 델라세라'에 대서특필됐다. 당혹한 영국 외무부는 21일 "로버츠 대사의 발언은 영국 정부의 정책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고 로버츠 대사도 "보도된 내용은 진의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영국 관리들에 따르면 로버츠 대사는 `유럽인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을 가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주제로 벌어진 토론에서"당연히 유럽인들은 케리에게 표를 주겠지만 알-카에다를 포함한 일부 인사들은 부시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시는 알-카에다 최고의 모병관"이라는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전해졌다. 영국은 케리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선거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가운데 로버츠 대사의 발언이 나와 크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라크 침공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도 로버츠 대사의 언행이 신중치 못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신문들은 "총리가 로버츠 대사와 계획하고 있는 만찬을 취소해야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이 미국 대선에 임박해 `양다리 걸치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영국 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외교관이 부시 행정부의이라크 정책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