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문제가 올 11월 미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에 배치된 약 14만명의 미군 장병들은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까.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인터넷판은 21일 `불만을 품은 소수:이라크에 주둔한반(反) 부시 성향의 미군 병사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은 질문의 해답을 엿볼수 있게 했다. 신문은 이라크 라마디에 배치된 한 해병대원의 말을 인용해 부시를 비판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기록영화 `화씨 9/11'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 영화는 장병들이부시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도록 만든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라크의 미군 병영에서 `화씨 9/11'을 보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이라크 주둔 병사들의 저변에 흐르는 반 부시 정서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군인들은 부시를 지지하는 성향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라크 주둔 장기화 등에 따른 고통이 커지면서 상당수가 철군을 상대적으로 더 신속하게 단행할 가능성이 있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쪽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나자프에 배치된 한 미군 병사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료 병사들은 이라크와 부시에 치를 떨고 있다"면서 "나랑 얘기해 본 10명 중 9명은 인물을 보지 않고무조건 부시 반대편 후보에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라마디에서 부하를 여러명 잃었다는 한 해병대 장교는 자신이 받은 무공훈장을 백악관 쪽으로 집어던질 생각이라고 말했고, 나자프에 주둔한 다른 병사는 "내가아는 누구도 부시를 원하지 않는다"며 반 부시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신문은 "인터뷰한 대부분의 병사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이라크전의 명확한 목적이 결여됐다는 믿음에서 반 부시 감정을 키워가고 있다"며 "우리가 왜 이곳(이라크)에 왔는 지 모르겠다"는 한 육군 병사의 말을 소개했다. 신문은 또 일부 병사들은 스스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이라크인을 죽이고 있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라크를 침공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여자와 어린이를 죽이는 것이 싫다"는 한 해병대원의 고백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듀크대 교수인 피터 피버(정치학)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성향을 보였던 미군 장병들을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쪽으로 돌아서게 할 요인으로▲이라크전쟁 ▲육군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온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 ▲군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한정된 능력 등 3가지를 꼽았다. 피버 교수는 이라크 전쟁이 당초 예상한 것처럼 원활히 흘러가지 않아 부시 대통령에게 염증을 느끼는 군인들이 많아졌다며 이런 현상은 전시동원으로 부담을 지게된 주(州)방위군과 예비군 사이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해외주둔 미군의 부재자 투표가 내달 11일 마감된다면서 부재자 투표마감이 임박한 시점에서 나타난 군인들의 이같은 반 부시 정서는 선거전이 백중세를보이는 일부 주(州)의 경우 선거인단을 결정하는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신문은 미 국방부가 총 140만명에 달하는 현역군인과 투표권을 보유한 130만명의 군인가족 및 370만명의 해외거주 미국인들이 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