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이 추석연휴를 앞두고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중소기업 지원을 강도높게 독려하고 나섰으나 시중은행들은 뒷감당이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는 등 엇박자를 연출하고 있다. 정부는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만기연장을 원활하게 해주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하고있는지 여부를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키로 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연체율이 안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부양을 위해 중소기업 대출에 나서면 앞으로 은행경영에 큰 부담이 될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 금융기관에 중기지원 `독려' 정부는 20일 오후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최근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기업 대출금을 회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원활한 만기연장이 이뤄지도록 각 금융기관에 협조를 요청키로했다. 또 각 금융기관이 여신감액.정지 사유와 절차를 금융기관 내규에 명시토록함으로써 중소기업에 대해 일방적 대출금 회수나 여신축소를 할 수 없도록 했다. 김석동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대출은 민법이 규정하는 자유로운 계약의 영역이지만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의 궁박한 사정을 도외시하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금융기관 스스로 이를 고치도록 적극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이날 간부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추석을 전후로 금융기관의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특별실태 파악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윤 위원장은 또 "향후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기구의 정기검사 과정에서 중소기업대출항목을 중점 검사항목으로 선정, 평가하라"고 당부했다. ◆은행권은 `인색'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41조7천418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6천203억원이 감소했다. 이는 7월중 중기대출 잔액이 6월에 비해 2조127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은행권이 최근 중소기업 대출을 극도로 자제하거나 기존 대출을 회수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 대출은 예년의 경우 매월 4∼6조원 정도 증가하다 올들어 1∼3조원 정도씩 증가하는데 그쳤고, 6월에는 오히려 1천602억원이 감소했다. 이후 7월에 반짝증가세를 보이다 8월부터 다시 급감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국책은행과 일부 시중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은행들이 자금수요가 많은추석을 앞두고도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과 기업은행, 산업은행이 3천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추석 특별자금지원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시중은행중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일부 지방은행만이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을 뿐 다른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추석자금 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9월 중순까지도 8월의 감소세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 중소기업쪽에 자금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뒷감당하기 어렵다' 정부의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중소기업을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지원에 나서면 뒷감당을 하기 어렵다며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방침대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다가 자금회수가 되지 않으면 그 책임이 정책당국이 아닌 은행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만큼 중소기업 대출에적극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또 올들어 회생가능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사모펀드를 통한 지분매입등 여러가지 지원방안을 새로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며 은행이 중소기업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줄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로 자금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대출의 근거가 되는 매출채권이 감소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은행들은 지적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은행이 자산 건전화를 명목으로 대출심사권을 지점에서 본부로 이전시키는 등 대출요건을 강화하면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소한섭 경영지원팀장은 "은행들이 공기업적인 측면을 무시하고자산 건전화에만 매달리면서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이 자금지원을 못받아 도산하게 되면 은행들은 앞으로 어디가서 장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지원을 촉구했다. 소 팀장은 "은행들은 눈앞의 수익보다는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담보비율을 높이고 지점에서 대출심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등 대출시스템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김재홍.현영복.고준구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