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별교섭은 나름대로 성과를 얻었지만 과정상에서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노조 내부의 문제가 불거졌다는 평가가 10일 열린 민주노총 정책토론회에서 나왔다. 산별교섭에 익숙하지 않고 인식이 부족한 사측은 물론 노조측 역시 산별교섭 결과가 마땅치 않으면 개별 파업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여 산별교섭의 의미와 효과를반감시켰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산별교섭이 타결됐는데도 일부 조항을 거부하고 지부별 파업을 지속한 서울대병원 노조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산별교섭은 `걸음마' 수준 = 이 토론회에서 올해 처음으로 산별교섭을 한 의료보건노조의 이주호 정책국장은 "보건의료노조는 이제 산별교섭의 첫 걸음을 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국장은 "산별교섭과 지부교섭에서 유리한 것만 취하려는 사측의 과욕과 불성실 교섭, 산별교섭에 대한 몰이해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한 뒤 "노조도 민주집중제를 확립하지 못하고 노사교섭을 기업별로 생각하는 의식이 여전했다"고 자성하며 올해 노사교섭을 `성장통'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어 "올해 첫 산별교섭은 국내 노동운동에서 최근 정체됐던 산별노조 건설과 운동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며 "노사 자율교섭의 틀을 마련하고 이 틀안에서 노사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국금속노조의 정일부 정책실장은 "여러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대공장 노조의산별전환이 미진해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없었다"며 "재벌사들의 산별노조거부입장을 돌파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조의 공광규 정책실장은 "4월에 한국노총이 대다수 조합원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녹색사민당을 만들어 총선에 동원했고, 한미은행지부 파업에 모든 간부가 동원되는 등 지도부의 내부혼선이 빚어졌다"고 회고했다. 공 실장은 "이중교섭 구조에 대한 인식부족과 현장의견 수렴이 부족했고 사측의저항이 심했던 경영참여 부분을 대폭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은 반성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지부파업 비판 = 서울대병원이 산별교섭 결과를 거부하고 단독으로 파업을 벌인 것에 대해서는 `산별교섭의 틀을 깰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주호 국장은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부 교섭의 자율성이 최우선 가치인 것처럼삼고 있고 이를 기준으로 산별교섭을 바라봤다"며 "산별교섭이 문제가 있으면 산별교섭 차원에서 보완해야지 왜 지부별로 해결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조건부 탈퇴를 하겠다고결의한 것과 관련, 보건의료노조 측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파괴하는 행위"라고강하게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온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연구위원은 "모 병원노조(서울대병원)의산별협약 거부는 과도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가지만 산업별 협약과 기업별 협약간의 관계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위원은 "산별협약이 기업수준에서 노사 어느 쪽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힘이있다고 지키지 않고 기업별 협약을 우선한다면 결국 산별교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