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질 참사 이후 가장 긴장하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가 베트남이다. 아시아권에서 가장 치안상태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베트남이 긴장하는 이유는 바로 다음달 8일부터 9일까지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5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때문이다. 한국을 위시해 20여개국 아시아-유럽정상들이 참가하는 이 회의에 이슬람권 등 테러분자들이 위해를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베트남 정부는 공안부, 국방부 등이 중심이 돼 이슬람권 출입국자 등에 대한 관찰을 강화하는 한편 ASEM 회의장이나 참석 정상들이 투숙하는 호텔 등지에 대한 사전점검과 거동수상자 동향파악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필리핀도 향후 테러관련 사태추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등 이슬람교 분리주의자들과의 지루한 무력충돌, 그리고 성과없는협상과정을 겪어온 필리핀의 경우, 이미 몇차례 이슬람권 무장단체들에 의한 서구인납치 등을 경험했다. 특히 제마야 이슬라미아(JI) 등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들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 정부는 대테러전 역량 강화에 부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리핀은 미국 특수부대원들을 통한 대테러부대 강화와 정보수집 능력 개선 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을 연결하는 '테러네트워크'를 구체화하고 있는 현실과는 반대로 정부의 대응책은 소극적이고, 전근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