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합헌 결정에 이어 최고의 사법기관인 대법원이 정치권 등의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정면 비판하면서 국보법의 존치 필요성을 역설한 판결문을 내놓아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혐의로 기소된 이모씨 등 전 한총련 대의원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들의 상고는 이유없다"며 각각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남북한 사이의 교류.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 바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사라졌다거나 국보법의 규범력이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례적으로 "이런 견해와 달리 북한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없다거나 혹은 형법상의 내란죄나 간첩죄 등의 규정만으로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국보법의 규범력을 소멸시키려는 등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며 정치권 등의 국보법 폐지론을 직접 거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북한은 적화통일을 위해 무력남침을 감행함으로써 민족적 재앙을 일으켰고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북한이 온갖 방법으로 우리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시도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이라면 스스로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에는여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나라의 체제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될수 없는 것이므로 국가의 안보에는 한치의 허술함이나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국보법상 이적표현물 취득.소지죄 등과 관련, "자유민주주의 하에서는 표현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체제를 위협하는 표현 등의 자유까지도 널리 허용해 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정당성을 제고시키는 길이라는 등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러나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자유까지 허용함으로써 스스로를 붕괴시켜 그토록 추구하던 자유와 인권을 모두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아니되므로 체제를 위협하는 활동은 헌법 제 37조 2항에 의한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더욱이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때 체제수호를 위해 허용과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제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도 지난달 26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가 국보법 7조 찬양.고무죄 및 이적표현물 소지죄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