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화사한 미소를 잃지 않던 존 에드워즈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요즘 TV 화면에서는 지친 표정으로 자주 나타난다. 반면 그간의 인기하락으로 잔뜩 움츠려 있던 딕 체니 부통령은 전당대회를 통해입지를 새로 자리매김 하면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활발히움직이고 있다. 공직이라고는 상원의원 한 차례에 불과한 변호사 출신의 자유 분방한 에드워즈후보와 30대 초반에 백악관 보좌관, 부차관보를 맡으며 화려하게 정.관계에 데뷔한관록의 정치인 체니 부통령간의 대결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신중하고도 견실한 타입의 체니, 열정적이며 뛰어난 대중 친화력을 지닌 에드워즈. 두사람의 스타일은 뚜렷이 다르나 모두 넉넉하지 못한 집안 출신이고 또한 둘모두 군 경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대테러전의 승리를 장담하며 강한 미국의 건설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체니가 9.11 이후 변화된 미국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핵심 인물인 반면에드워즈는 기득권자들이 만들어낸 불평등한 '두개의 미국'을 타파해야 한다고 외치는 도전자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를 보는 시각은 판이하게 다르다. 지난 7월 에드워즈가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부각된 이후미국 언론의 초점은 노련한 체니 보다는 신선한 에드워즈쪽에 쏠려 있었다고 과언이아니다. 그러나 공화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이 에드워즈가 구호로 내세운 '두개의 미국'이란 없다며그를 향해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면서 상황은 반전되는 양상이다. 또 체니 부통령은 "에드워즈가 잘생긴 용모 때문에 뽑혔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나는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자신의 노련함과 관록을 뽐내고 있다. 체니는 30여년간의 공직 및 의정 활동을 통해 '작은 정부'를 주창하고 연방 정부의 낙태 지원 반대, 총기 규제 반대 등 전통적인 공화당의 목소리를 내왔으며 부시 행정부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존 볼튼 국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 등과 함께 신보수주의자 (네오콘) 그룹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반면 에드워즈는 민주당 전당대회 효과로 얻은 지지도 우세가 최근 들어 역전되면서 심지어 전례없이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도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를 주장하는 등 바짝 신경이 곤두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몸짓까지 따라할 정도로 표본으로 삼았던 '야심찬 케네디 세대 민주당원'으로 분류되는 그는 공직 이력이 일천한 만큼 외교. 안보 분야경험도 전무한 탓인지 아직 폭발적인 대중 호소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실 에드워즈는 상원의원으로서 의료보장과 환경보호, 공립학교 투자, 기업부패 대책 등에 관심을 기울였으나 두드러진 입법 실적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민주당 전당대회후 케리 후보를 강력한 지도자로 부상시켰던 제 2인자로서의 노력이 참전용사들의 '반(反)케리' 광고로 치명타를 입으면서 에드워즈는 더욱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양당의 전당대회가 마감되는 시점에서 체니와 에드워즈간의 격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에드워즈에게는 이라크전, 핼리버튼 스캔들 등 체니를 공격할 소재가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사람의 유세 과정에서 부인들의 역할도 관심이다. 국가 안보와 공중의 알권리간의 갈등을 다룬 '비밀유지 특권', 레즈비언의 사랑을 다룬 소설 '자매들' 등 여러 권의 책을 낸 재원인 린 체니(63), 변호사이면서도따뜻하고 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엘리자베스 에드워즈(55)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부동층의 표심을 얼마 만큼 사로잡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