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가속되고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금이 싸고 노동시장 규제가 약한 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해외투자를 확대하려는 독일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30일 독일 상공회의소(DIHK)가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가 국민 반발을 무릅쓰고 복지.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해외이전 증가 - 국내 투자 감소 - 실업자 증가의 악순환이 우려되므로 임금비용과 규제 완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DIHK는 주장했다.

DIHK는 회원 기업 가운데 7천500 곳을 표본 추출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43%가 올해 신규로 해외투자를 하거나 기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공회의소가 지난 1999년 이 조사를 실시한 첫 해엔 해외투자 계획 기업이 30%에 불과했으나 2001년 34%, 2003년 38%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에서만 생산할 것이라는 기업은 17%에 불과했다.

또 그동안 주로 대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했으나 지난 1년 사이에 해외투자를 계획한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36% 증가했다.

특히 해외투자 계획 업체 가운데 39%가 저임금과 낮은 비임금성 비용을 이유로들었으며 이밖에 전문인력 가용성, 세금, 환경규제, 수송비, 관세 등을 꼽았다.

업종별로는 대기업은 자동차 제조와 차량 운송업이, 중소기업의 경우 전기, 섬유, 화학, 기계제조업 등의 해외투자 계획 비율이 높았다.
투자 대상지역으로는 동구권이 가장 선호됐다.

DIHK는 독일 기업의 해외 투자 증가는 아시아와 동구권 등 신흥시장 신규 진출과 이미 진출한 현지 사업장 확대를 위한 것도 있으나 이를 포함해 현지의 저임금이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독일 민간 경제연구소 IW가 지난 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독지역 임금 수준은유럽연합(EU)에서 노르웨이와 덴마크 다음으로 3위다.

슬로바키아 경우 시간당 평균임금이 3.22유로인 반면 서독 지역은 27.09유로에이르며 신규 가입 동구권 국가의 평균치의 6배다 클라우스 브링크만 독일 패션산업협회장은 공영 ARD방송 인터뷰에서 "이미 의류업계의 경우 독일 내엔 개발과 핵심 운영부서만 남기고 생산은 거의 모두 해외에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는 생산 공장 뿐아니라 연구.개발과 엔지니어링, 기획관리 업무등도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DIHK는 전망했다.

DIHK는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고 세계화 전략이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는 점차감소하고 독일 내 실업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현재 게르하르트 슈롸더 총리가 추진해온 노동.복지 개혁정책을 가속화해 경제의 유연성을 높여야 세계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DIHK는 주장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