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29일대회 개최지 뉴욕시 맨해튼 열린 대규모 시위는 최소 10만명, 주최측 추산으로는 25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이 참가했으나 경찰과의 충돌 등 불상사는 거의 없었다.

맨해튼 남쪽 첼시 지역의 최초 집결지에서 3㎞가량 떨어진 공화당 전당대회 개최지 매디슨 스퀘어 가든까지 구간을 가득 메운 시위 인파는 북소리 장단에 맞춰 `더이상 부시는 안돼' 등 구호를 외치며 질서정연하게 행진했다.

그러나 이날 자전거를 타고 시위를 벌이면서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60여명이 체포됨으로써 공화당 전당대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반(反)부시' 시위로 체포된 사람은300명을 넘어섰다.

시위도중 한때 용(龍) 모형에 불이 붙어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곧 진화됐다.

이 불이 방화에 의한 것인지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고 경찰은 화재 현장 주변에서 10여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0... 반전단체 연합체인 `평화ㆍ정의 연합'이 주최한 이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동성애 옹호론자에서 환경보호론자까지 각양각색이었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 반대'에는 완전한 일치를 보였다.

자신을 `데니스'라고만 밝힌 오클라호마주 출신 시위대원은 연합뉴스 기자에게"국가적 재난을 피하기 위해 이번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부시를 낙선시켜야 한다"고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원들이 소지한 피켓이나 플래카드 등의 문구도 `부시에게 노(No)를', `폭탄이 아닌 부시를 떨어뜨려라', `부시를 텍사스로 돌려보내라' 등 부시 대통령을 반대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고 그를 비난하는데 `도둑', `살인자', `거짓말쟁이', `전범', `원숭이' 등 온갖 험한 말이 동원됐다.

0... 별도로 열린 소수민족 연합집회에서는 한인들이 동원한 북과 꽹과리가 집회 분위기를 고조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뉴욕지역 진보적 한인단체들로 설립된 `이라크 전쟁중단, 파병철회 뉴욕연대'소속 한인들은 이민자 권리 옹호에서부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음모 규탄' 등 갖가지 주장을 내세운 소수민족 단체들과 함께 반전, 반부시 구호를 높이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일부 한인들은 `주한미군 철수', `이라크 주둔 한국군 철수' 등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기도 했다.

`뉴욕연대' 관계자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에 반대하고 한국군 파병을 강요하는 처사를 규탄하기 위해 다른 소수민족과의 연대집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0... 시위에는 언론과 대중에 `반 부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갖가지 도구들이 동원됐다.

시위대원들은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을 상징하는 관 수백구를 운구했고 부시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 여사의 가면을 쓴 시위대원은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독가스에 대비한 유리창 봉쇄용) 테이프를 사용하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부시대통령의 안보 정책을 조롱했다.

또 `엉클 샘' 복장에 휘발유 주유기를 권총처럼 허리에 찬 한 시위대원은 "석유를 팔아 번 피묻은 돈"이라면서 500달러짜리 모조 지폐를 행인들에게 나눠줬다.

0... 첼시 지역 집회에서 연설한 다큐멘터리 영화 `파렌하이트 9/11'의 마이클무어 감독은 "이 나라의 다수인 우리는 이 전쟁에 반대하며 결코 이 정권에 표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평화ㆍ정의 연합'의 레슬리 케이건 전국 간사는 "우리는 부시의 의제들에 대해`노'라고, 우리 정부에 의한 외국의 정권 교체에 대해 `노'라고, 선제공격에 의한전쟁에 `노'라고, 경제정책에 `노'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 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모래더미 속 파묻혀 있는 우리의 머리를 들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은만큼 우리는 전쟁의 명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