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교착상태에 빠진 최대 반군조직 모로이슬람 해방전선(MILF)과의 평화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사법적 용단을 내렸다.

필리핀 법무부는 알 바 무랄 의장, 가잘리 자파르 부의장 등 185명의 MILF 조직원들에 대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작년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를 주도한 혐의를 받아왔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지난 1997년부터 답보상태인 MILF와의 평화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평화정착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MILF의 에이드 카발루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MILF측은 평화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그동안 조직원들에 대한 살인혐의를 적용하지 말도록 요구해왔다면서 이번조치를 환영했다.

카발루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진실이라면 공식적인 평화협상 재개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이어 정부군이 작년 대공세에서 장악한 MILF 근거지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인 것도 협상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테레시타 델레스 대통령 평화문제 보좌관도 185명의 MILF 조직원들에 대한 살인혐의는 법적근거가 취약하다고 지적한 뒤, 정부가 이들에 대한 살인혐의 적용에 더이상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평화협상 진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델레스 보좌관은 증거가 충분한 5명의 MILF 조직원들에 대한 살인혐의는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의 이번 조치는 앞으로 수일 내에 발효될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MILF는 작년 3월 남부 다바오시 국제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이 테러로 미국인 선교사 한명을 포함해 모두 22명이목숨을 잃었다. MILF는 또 같은해 4월 다바오시 부두지역에서 발생, 모두 16명이 숨진 테러에도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필리핀 군정보기관에 따르면 현재 MILF 조직원수는 1만1천500여명으로 이 가운데 8천700여명이 무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이 조직은 빈 라덴이 이끄는알-카에다의 동남아지역 전위대격인 제마 이슬라미야(JI)와 연계됐다는 의혹을 받고있으나 MILF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해왔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