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반체제 인사를 둘러싸고 쿠바와 파나마 간 외교마찰이 일면서 양국 주재 대사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쿠바 외무부는 24일 오후 성명을 통해 파나마 주재 자국 대사 카를로스 사모라가 미레야 모스코소 파나마 대통령 정부의 요구에 따라 25일 파나마를 출국해 쿠바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23일 모스코소 대통령은 쿠바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한 데 이어 파나마 주재 쿠바 대사에 대해서도 파나마를 떠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일은 쿠바 정부가 이달말로 대통령직을 물러나는 모스코소 대통령이 투옥된 반(反) 카스트로 망명 인사 4명을 사면할 경우 파나마와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위협성 성명'을 낸 직후 벌어졌다.

지난 주말 발표된 쿠바 정부 성명은 모스코소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전 이들 4명을 사면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전제한 뒤, "취해진 그 결정이 시정되지 않고 이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의 사면이 단행된다면, 쿠바와 파나마 간 외교관계는 자동적으로 단절될 것임을 매우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쿠바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망명인사 4명 가운데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반대 활동으로 유명한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첩보 요원 루이스 포사다카릴레스가 포함돼 있다.

쿠바 당국은 그에 대해 4년전 파나마에서 열린 정상회담 기간에 카스트로 의장을 암살하려 했다고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파나마 법원은 지난 4월 포사다 카릴레스 및 나머지 3명에 대해 7∼8년의징역형을 선고했다.

또한 지난달 중순 쿠바 외무부는 파나마에 외교공한을 발송, 수감된 반체제 활동가들이 와병을 가장해 외부 병원으로 나가는 방법으로 탈옥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쿠바 외무부는 이같은 자신들의 경고에 대해 파나마 당국이 교도소 경계조치를 강화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카스트로 의장 스스로도 이들 반체제 망명 인사들에 대해 2000년 11월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을 위해 파나마를 방문한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파나마에 입국했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다.

쿠바 당국은 이들의 재판과 관련해 형량이 약하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파나마법원은 암살 기도의 충분한 증거가 없고 폭발물 소지의 중대 혐의점도 찾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포사다 카릴레스는 쿠바 항공기 폭발 테러를 가한 혐의로 재심(再審)을 기다리던 중 베네수엘라 교도소를 탈출한 인물이다.

나머지 3명은 공공치안을 위험에 빠뜨리고 서류를 위조한 혐의를 받았다.

(아바나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