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최근 한강 이남으로 옮겨가는 미군부대의 대체부지 매입 지역과 부대별 배치계획을 최종 확정함으로써 경기도 평택 일대의 주한미군 `허브기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양국이 이달 19∼20일 열린 제 11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에서 합의한 `대체부지 매입안'에는 용산기지 부대들과 미 2사단 등의 구체적인 재배치위치 및 토지매수 대상지역이 자세히 명시돼 있다.

정부는 이 계획안에 따라 오산공군기지와 캠프 험프리 일대에 각각 64만평, 285만평의 부지를 2005년까지 매입해 미군측에 공여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고 있으나 매수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다양한 보상 및 지원 대책을 제시해 합의매수 형식으로 토지를 확보할 방침이나주민 설득에 끝내 실패한다면 강제수용 절차를 밟을 계획이며 그럴 경우 주민들과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토지매수 과정에서 오산기지 주변 주민들은 비교적 쉽게 설득할 수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주대상 지역에 포함된 서탄면 황구지리, 금각2리, 신장1동(일명 구장터) 주민들이 그동안 겪은 전투기 소음피해를 감안하면 토지매수 제의에 기꺼이 응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활주로 양쪽 끝부분에 위치한 이 지역 주민들이 토지매매에 동의하면 정부는 주민대표 및 평택시와 공동으로 이주대책을 마련해 조기에 이행할 계획이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주한미군의 주둔여건 개선을 목표로 한미 양국의 합의를 거쳐 2002년 국회 비준을 받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토지매수 대상지역에 포함됐던 오산기지 남쪽의 금곡 2리는 이주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주를 반대하는 금곡 2리 주민들을 설득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 지역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탄약고의 위치를 북쪽으로 변경함으로써 주민과 충돌을 피하는 묘안을 짜낸 것이다.

오산기지 주변 지역과 달리 148만평에 달하는 기존 기지를 433만여평으로 확장하는 캠프 험프리 일대의 토지 매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일대 주민들이 `미군기지 확장반대 평택대책위'를 결성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그동안 용산기지 이전 합의서 전면 무효화 투쟁을 벌여온 점에 비춰 토지매수 제의에 선뜻 응해올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지 분위기를 감안해 토지 매입에 앞서 주민들에게 특별법 등을 통해 최대한 보상하고 집단 이주단지 조성, 임대주택 지원, 생활안정지원금 신설 등의 대책도 내놓을 방침이다.

특별 이주대책을 보면 협의매수자 중 3년 이상 편입지에 거주한 주민에게 세대당 1천500만원의 이주정착지원금과 생활안정지원금(최대 1천만원)을 지급하고 세입자에 대해서는 임대주택 특별분양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별 생계대책으로는 직업교육 및 일자리 알선, 용역업체 창업 지원, 양도소득세 경감, 개발이익이 큰 지역의 소규모 상가용지의 감정원가 분양, 간척지 대토 알선 등이 준비되고 있다.

미군들이 그동안 홀몸으로 지낸 한국의 근무 여건 때문에 동두천을 비롯한 기지주변 지역이 경제적으로 큰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윤락과 미군 범죄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가족 동반자들이 늘어나면 건전한 문화시설 이용이나 관광, 쇼핑기회가 그만큼 증가하면서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된 외국의 사례를 감안해 미군부대 주택보급률을 기존 10%에서 25%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70%에 달해 기지 주변 지역들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는 데 반해 미군 범죄 등은 한국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라며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계획임을 피력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평택지역 지원법을 거론하기 전에 기존 미군기지로 인한 소음,진동피해 조사와 보상작업에 먼저 착수할 것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와 릴레이식 반대투쟁을 준비하고 있어 토지매수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 합의서가 국회 비준을 받고도 수개월 동안 협의매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강제수용 절차에 착수하는 방안을 세워놓고 있어 향후 주민들과 협의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