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도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낮은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웃돈)' 분양권이 속출하고 있다.

11일 강남지역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역삼동 논현동 등 핵심지역에서 분양가보다 싼 값에라도 팔겠다는 '깡통' 분양권이 쌓이고 있다.

주로 주상복합아파트들이다.

내년 3월 입주예정인 역삼동 S아파트 34평형은 5억1천5백만원에 분양됐지만 최근들어 '5억원에라도 팔아달라'는 급매물 분양권이 3∼4개 등장했다.

최초 분양가보다 1천5백만원이나 싼 가격이다.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과 투자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웃돈은커녕 수천만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손익계산서다.

논현동 M아파트 14평형의 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도 1천5백만∼2천만원에 달하고 있다.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1억8천5백여만원이었지만 1억7천만원만 주면 10여개의 급매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중에는 로열층 매물도 상당수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양권 소유자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더 큰 손해를 입기 전에 처분하려고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급매물 형태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를 통한 단기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손절매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오는 2007년 입주 예정인 도곡동 K아파트 43평형도 분양가(7억5천2백여만원) 수준이면 매입할 수 있다.

삼성동 W아파트,논현동 D아파트,방배동 H아파트 등도 오는 10월 이후 입주가 시작되지만 웃돈이 거의 형성되지 않고 있다.

한편 수도권에서는 양주 의정부 등 경기 북부지역뿐만 아니라 광명 시흥 의왕 화성 등 남부지역에서까지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의왕시 오전동 K아파트 32평형은 분양가보다 5백만원 안팎 싸게 매매값이 형성돼 있다.

분양가가 1억9천2백만원이었지만 1억8천7백만원이면 매물을 구할 수 있다.

광명시 철산동 B아파트 33평형(분양가 3억2천1백여만원)도 3억1천만원선에 팔려는 급매물이 인근 중개업소에 쌓이고 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부동산시장의 급속한 위축으로 매물이 쌓이고 매수세가 실종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재건축아파트 위주로 아파트값이 떨어져 온 강남권에서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등장했다는 것은 대세하락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