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미국의 대(對) 이라크 재건사업에제한적인 지원 제공의사를 밝혔다고 현지의 한 소식통이 10일 밝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델리아 앨버트 필리핀 외무장관은 9일 프랜시스 리시아르돈 필리핀 주재 미 대사와 만나 미국의 이라크 재건사업을 위해 '능력 범위 내'에서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필리핀 정부의 이런 제의는 이라크 억류 자국 근로자 석방과 이를 위한 현지 파견대 철수 조치 이후 냉각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의 하나라고 소식통은 분석했다.

앨버트 장관은 리시아르돈 대사와의 회동에서 "필리핀과 미국은 이라크의 미래문제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면서 "이를 위해 필리핀 정부는 능력 범위 내에서 계속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제의했다.

앨버트 장관은 그러나 제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필리핀은이라크에서 발생하는 테러행위, 특히 무고한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행위와 적대감을조장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리시아르돈 대사는 앨버트 장관이 지적한 것에 공감한다고 밝힌 뒤 ,이라크 재건사업을 위해 미군부대 등에서 근무하는 4천200여명의 필리핀 근로자들을현지에 체류하게 한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결정에 사의를 표시했다.

리시아르돈 대사는 이라크 무장단체에 인질로 억류됐던 필리핀 근로자 석방을위해 51명 규모의 필리핀 파견대 철수 과정에서 양국 간에 '심각한 불화'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양국은 안보 및 공동관심사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관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앨버트 장관도 필리핀 영토 내에서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및 필리핀군에 대한 미군의 대테러전술훈련 등 양국 간의 방위ㆍ군사협력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필리핀에 대해 '주요 비(非)나토동맹국'(major non-NATO ally)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재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필리핀 정부의 이라크 파견대 철수 결정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로, 향후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소식통은 내다봤다.

앞서 미국은 작년 10월 필리핀에 대해 미국산 군사장비 및 보급품 등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는 것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주요 비 나토동맹국 지위를 부여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