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존 케리대통령 후보가 러닝 메이트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과 함께 언론의 초점을 받으며전국 유세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나홀로' 유세를 벌이며분전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케리 후보 진영이 촌구석의 마을 마을을 돌며 별다른 연설 무대 장치 없이 동네 반상회와 같은 분위기속에서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포옹하면서 지지표를 얻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부시 대통령은 인기가 저조한 딕 체니 부통령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신규 고용창출 건수가 기대밖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유권자들에게 미국 경제에 대한 확신감도 심어주지 못하고 안보 분야에서의 케리 후보에 대한 우위도 약화되는 등 '사중고(四重苦)'를 겪고 있다.

게다가 공화당의 양심으로 불리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케리 후보 베트남전 경력 두둔 발언과 함께 부시 행정부내 가장 인기가 높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언론의집중 조명을 받을 전당대회때 내세우지 못하는 점 등 원군도 쉽게 얻지 못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 진영은 이에 따라 그같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케리 후보가 더 낙관적= 워싱턴 포스트는 8일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운영하는선거여론조사팀의 조사결과를 인용, 케리 후보가 부시 대통령 보다 미국의 미래에대해 보다 낙관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다고 보도했다.

중도적 입장의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이 조사에서 42%가 케리 후보가 보다 낙관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부시 대통령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그간 부시 대통령 진영이 케리 후보는 미국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만 갖고 있다고 공격해온 것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 케리 후보 베트남 경력 비방 광고= 베트남전에 참전해 5년간 포로생활을 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특수부대 요원 구출 등 케리 후보의 베트남전 관련 무훈이거짓이라는 비방 광고에 대해 "부정직하고 비열한 것"이라고 일축, 은근히 광고의 파장을 노렸던 부시 대통령 재선운동본부측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매케인 의원은 자신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지원하는 입장이면서도 "부시 대통령 진영이 베트남전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이 광고를 나무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케인 의원은 내주 부터 버지니아주 등 3개주 유세에 부시 대통령을 동행, 그의 재선을 호소할 예정이어서 그나마 부시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파월 전당대회 참석 못해= 체니 부통령을 낙마시킬 경우 가장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거명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파월 국무장관은 관례에 따라 이달말 공화당 전당대회에 주요 인사로서 연설을 못하는 것은 물론, 참석도 하지 못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 공식적인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 보다 20% 포인트 이상 더 높은 지지도를 누리고 있는 '공화당 스타' 파월 국무장관이 '각료들은 전당대회 연설이나 유세를 하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라 전당대회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말했다.
신문은 파월 국무장관이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동구, 중동 등 7개국을 순방했던 것 처럼 공화당 대회때도 해외에 있을 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 기대 보다 낮은 일자리 창출=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용 지표가 예상 보다 크게둔화되면서 지난 6월 고용 창출건수가 기대치인 20여만건에 훨씬 못미치는 3만2천건에 불과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고용증가가 반드시 선거의 당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경제가 전환점을 돌았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케리 후보는 지난 4일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에서 양측의 유세가 벌어졌던 데이번포트에서 " 부시 대통령의 미국 경제가 전환점을 돌았다는 주장에 대해 얼마든지토론을 벌일 용의가 있다"면서 "경제가 유턴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시 대통령은 고용지표 발표 이후 '경제가 전환점을 돌았다'에서 '계속 경제가나아지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