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효과적인 산아정책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오는 2034년께는 인구가 1억6천만명 이상으로 늘어나 심각한 사회.경제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필리핀 주재 유엔인구기금(UNPF)의 자히둘-하퀘 대표는 3일 필리핀 일간 '몬데이 모닝'지와의 회견에서 필리핀에서는 매년 170만명의 신생아가 탄생해 아시아권에서는 가장 높은 2.36%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추세로 갈 경우 필리핀은 식량생산, 위생 및 교육서비스, 환경, 주택 등 여러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퀘 대표는 특히 필리핀이 향후 4∼5%의 경제성장을 거듭한다고 해도 인구팽창을 억제하지 못하면 아무런 실익이 없을 것이라면서 효과적인 산아정책을 시급하게마련,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개발연구원(PIDS)의 아니세토 오르베타 연구원도 이날 '비즈니스 월드'지와의 회견에서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 정부가 카톨릭 교회 등을 의식해 인구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급속한 인구팽창은 개발에 필요한 모든자원을 흡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필리핀인구위원회(PCP)의 토마스 오시아스 부위원장 역시 현 추세라면 30년뒤인 오는 2034년께는 필리핀의 인구가 1억6천만∼1억7천만명으로 늘어나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아로요 정부의 산아정책 제고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경영연구원(AIM)의 로베르토 데 오캄포 원장도 인구가 100만명씩 늘어날 때마다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뒤, 경제성장과 늘어나는 실업률 억제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구정책이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아로요 대통령은 모자건강 등을 위해 산아제한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산아제한에 비판적인 가톨릭교회측과의 마찰을 우려해 아직 구체적인 정책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로요는 지난달 말 첫 국정연설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 데이어 산아제한에 필요한 피임약 사용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