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상이군인, 장애인 등 사회불우 계층에 대한 지원을 현금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교통이나 병원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요양소에서 휴가도 보낼수 있었는데 정부가 이를 등급별로 차등화해 현금으로 대체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 지원액수가 과거의 혜택들을 보완할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가 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현금 지원 규모를 등급별로 나눠 월 800루블(27달러)에서 3천500루블(120달러)로 책정했다.
하지만 오일 달러 유입으로 물가가 널뛰기하는 상황에서이같은 소규모 현금 보상은 중과부적이라는 것. 이같은 배경에서 지난 29일 연금생활자, 상이군인, 장애인 등 2000여명이 국가두마(하원) 근처에 모여 정부 방침에 항의하고 나섰다.

이날 시위에는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유출사고로 피해를 입고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시민들도 상당수 참가했다.

그들은 모두 "정부의 법안은 사회적 학살. 국민을 시험하지 말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앞으로는 사회 시설에 대한 무료 이용 같은 간접적인 복지혜택 대신에 정부가 직접 나서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는 29일 각료회의에서 "(새로운 법안이) 경제적으로 입증된 것이고 사회적으로 공평한 것인 만큼 러시아인들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고말했다.

특히 사회 형평 차원에서 기존에 대중교통이나 의료혜택을 무료로 누릴 수 없었던 시골 지역 주민들에게는 현금 지원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29일 있은 항의시위에 대해 러시아 언론들이 대체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방송들은 이날 시위 사건을 보도하지 않거나 개정안을 오히려 칭찬하는 시민들의 반으을 내보냈다.

이즈베스티야 등 주요 신문들도 시위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법안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뤘다.

해당 법안은 국가두마에서 다음주 2차 독회를 거치고 3차 독회에서 보안된뒤 연방의회(상원)로 넘겨져 최종 심의를 받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