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등 여권은 30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제기한 `국가 정체성' 논란에 대해 정면대응 태세를 분명히했다.

그동안 정체성 문제에 답하라는 박 대표의 질문에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던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9일 목포 방문에서 "과거 유신시대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미래를 선택할 것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는 말로써 반박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30일 정체성 논란의 발단이 됐던 의문사위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정치인이니까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의문사위를 공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야당의 의문사위에 대한 비판 공세에 대통령 자신을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음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며, 의문사위가 비전향 장기수에 대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부분에 대한 `우려'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관측을 뒤엎은 것이다.

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대통령은 근거없는 공세에 대해 무턱대고 사과하는 성품이 아니며, 오늘 말씀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강조한 것으로 본다"면서 "의문사위에 대한 여러 문제도 팩트를 따지고 들어가면 알려진 것과는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유신이냐 미래냐'라고 말한 것은 `과거냐 미래냐'를 말한 것이고 과거 정치를 상징하는 것이 유신이기 때문에 그렇게 지적한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는 일하는 여름을 보내는 개미처럼 민생으로 계속 갈 것이며, 사상전을벌이며 놀고 먹는 한나라당 베짱이에게 어떤 겨울이 올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비전향 장기수의 민주화 기여 인정은 법적 해석의 혼란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를 빌미로 해묵은 색깔.이념 공세를 펴면서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 국정운영을 흔드는 것은 불순하다"며 "대통령도 이를 엉거주춤 넘어가지 않고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박 대표가 내부의 수구적 경향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가겠다면두려운 일이지만, 안정과 수구에 안주하겠다고 하면 본인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안될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한길 의원은 "도대체 박 대표가 말하는 정체성이 이념적 좌우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주와 반민주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고,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라면 시대착오적"이라면서 "박 대표가 왜 그 문제를 꺼내는지는 주님과 박대표만 알겠지만, 지금 그런 얘기 할 때냐"고 일축했다.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그런 헌법체계에서뽑힌 대통령을 검증하겠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포악했던 유신시대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부 인사들의 50,60년대식 문제 제기이며, 냉전시대에 빌붙어 기득권을 유지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된 것"라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