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노조가 연대 총파업에 돌입한 서울등 4개 도시 5개 지하철 가운데 인천 지하철의 교섭이 타결된 데 이어 서울 지하철이 파업을 철회, 지하철 운행이 정상화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파업도 최근 타결돼 올해 병원노조의 연대파업으로 시작된 노동계의하투(夏鬪)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 막바지 하투 잇단 타결 = 올 하투의 마지막 고비인 민주노총의 최근 3차 총력투쟁의 중심은 공공연맹 산하 궤도연대 소속의 서울 지하철과 도시철도, 부산과인천, 대구 지하철 등 4개 도시의 5개 지하철 노조다.

지하철 노조는 ▲연.월차 휴가 등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실시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구조조정 중단 ▲비정규직 차별 철폐 및 정규직화 ▲지하철과 철도의 공공성 강화 등 정부 공동 요구안 등을 내걸면서 지난 21일오전 4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 노조 가운데 서울 지하철과 도시철도, 인천 지하철의 경우 각 지방노동위위원회가 20일 오전 0시를 기해 직권중재에 회부함에 따라 불법파업으로 규정되면서정부가 엄중조치 방침을 밝히면서 자칫 공권력 투입 등 정면 충돌의 가능성이 높았던 데다 노사간 현격한 입장차로 인해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인천 지하철의 경우 파업 다음날인 22일 오후 노사가 ▲임금 3%(총액기준) 인상 ▲하반기 35명 이상 충원 ▲월 근로시간 174시간 등 당초 지노위의 조정안에 합의, 23일 오전 9시부터 정상화됐다.

궤도연대 총파업을 주도한 서울 지하철공사(1∼4호선) 노조도 파업 사흘째인 23일 일부 지회가 조직적으로 파업에서 이탈하고 집행부가 사퇴하는 내분을 겪다 결국24일 오전 0시15분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이 파업 철회를 선언, 정상화됐다.

병원 노사간 산별교섭이 타결된 뒤에도 파업을 계속했던 서울대병원 노조도 23일 병원측 최종안을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수용키로 결정, 파업이 44일만에 철회됐다.

이에 따라 LG칼텍스정유 등 일부 단위사업장 노조가 여전히 파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올 하투를 주도했던 주요 사업장들의 파업이 정상화되면서 하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병원에서 지하철까지 =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인력 충원과 근로조건 보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회공동기금 조성 등이 주요 쟁점이 된 올 하투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올린 곳은 병원 노조다.

병원 노사는 병원별 노조와 사측으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임받아 협상을 벌이는산별교섭으로 올해 처음 전환한 케이스. 병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첫 `조건부 직권중재' 결정 아래 지난달 10일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돌입, 일부 의료 공백이 빚어지고 교섭에 진통을 거듭하다 결국파업 13일만인 같은달 22일 자율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씨티그룹과의 통합으로 촉발된 한미은행 노조 파업도 2000년말 국민.주택은행파업사태 이후 은행권의 최장기 파업기록을 연일 경신한 하투의 주요 사업장 가운데하나다.

지난달 25일 총파업에 돌입한 뒤 정부의 공권력 투입 압박과 여론의 거센 비난속에서 양측이 서로 맞고소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다가 마침내 파업 18일만에 극적 타결에 성공했다.

지난해 47일간의 파업으로 10만4천895대, 1조3천106억원의 생산손실을 초래했던현대차도 파업 5일만인 지난 1일 합의점을 도출하는 등 주요 사업장의 임.단협 교섭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자율교섭 및 법.원칙 고수 `주목' = 올 하투 노사 교섭에서 나타난 가장 큰특징은 정부의 개입이 가급적 배제된 가운데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자율적으로 교섭을 벌이고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병원 노사간 교섭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필수공익사업장인 병원 노사간 쟁의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조건부 직권중재'를 결정한 데 이어 양측의 교섭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율교섭을 위한 시간을 더 주는 등 직권중재를 통한 개입을 최대한 자제했다.

사측은 이전 개별교섭에서 상당수 노조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대등한 입장에서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는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노조도 필수업무를 유지하는 등 파업에 따른 파급효과를 최대한 줄이는 성숙한 자세로 산별교섭을통해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이끌어냈다.

완성차 노사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연맹이 지난 2일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 향후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비정규직 고용과 산업공동화 방지 및 고용 창출, 미래형 친환경 개발, 인적 개발 등 산업 전반에대해 논의키로 한 것도 노사관계의 새로운 분위기를 반증한 사례다.

정부나 사측이 `자율교섭'을 견지하면서도 그 테두리를 벗어나는 데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고수하며 적극 대응한 것도 이전과 적지 않게 다른 모습이다.

중노위의 경우 LG칼텍스정유에 대해 자율교섭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조건부 직권중재' 결정을 내렸다 기본근무자가 이탈하는 등 조건부가 지켜지지 않자 즉시 직권중재에 회부했으며 서울과 인천 지노위는 지하철 파업에 대해 파급효과를 감안,곧바로 직권중재를 결정하기도 했다.

정부가 실제 공권력을 투입하지는 않았지만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엄중조치 방침을 여러차례 거듭 천명, 한미은행과 LG정유 노조의 점거농성을 자진 철수시키는등 파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사측이 상당수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며 과도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고수, 결국 노조의 파업을 철회시킨 것도 과거 지하철 파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변화상이다.

다만 인천 지하철 노조가 파업전 지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결국 수용하고 서울지하철은 상당수 조합원이 조직적으로 이탈하는 노-노 갈등이 빚어지면서 노조위원장이 사퇴해 버려 `파업을 위한 파업'에 불과했다는 비난여론에 부딪힌 점 등은 이번 하투의 최대 시행착오라는 게 노동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 하투에서는 소위 `떼쓰면 얻는다'거나 `무조건 버티면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등 과거 노사관계의 그릇된 관행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자율교섭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법과 원칙도 강조되는 노사관계가정착돼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