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연기를 꼭 다시 하고 싶었고 그러던 차에 김 감독님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았습니다. 밤잠을 못 잘 정도로 고민한 끝에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오는 10월이나 11월 개봉할 '빈 집'(제작 김기덕필름·해피넷·씨네클릭 아시아)으로 스크린에 복귀하는 이승연이 크랭크업 현장인 서울 평창동에서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승연의 연기 복귀는 지난 2월 말 '위안부 누드'로 물의를 일으킨 지 넉 달여만의 일. 당시 이승연과 기획사측은 '위안부'를 테마로 한 영상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일부 사진을 공개했다가 물의를 빚었고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항의로촬영분 사진과 동영상 필름을 소각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후 이승연은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두 차례 방문해 사과하고 화해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는 '다소 빠른 복귀라는 의견도 많다'는 지적에 대해 "빠른 복귀라는 말에 수긍하고 공감하지만 (연기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복귀)하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대답했으며,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대부분 봤고 작품들이 특별히 강요하는 것은 없지만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분명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 예전부터 같이 일해보고 싶은 생각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승연은 답변이 끝난 뒤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의 11번째 작품인 '빈 집'은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에 감금된 무기력한 여자 선화(이승연)와 가진 게 없어 잃을 것도 남아 있지 않은 남자 태석(재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어 있다고 생각한 집에서 태석은 남편에 의해 갇혀 사는 선화를 구해내고 두사람은 함께 빈 집을 찾아 돌아다닌다.
일본 영화사 해피넷이 제작비 10억여 원을투자했으며 국내 영화사 청어람이 마케팅비를 부담하는 대신 국내 판권을 갖기로 했다.

이승연은 선화에 대해 "가정 폭력을 겪어 본 적은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겪은 간접 경험을 통해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며 "(김)감독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지시대로 역할을 연기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의 복귀에 대한 네티즌의 여론은 찬성과 반대가 팽팽한 편이다.
영화 주간지필름2.0(www.film2.co.kr)의 네티즌 투표에서는 복귀에 반대하는 응답자가 49%였고나머지는 문제삼지 않겠다거나 환영한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함께 제작발표회 자리에 나타난 김기덕 감독은 이승연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순수하게 영화로 생각했고 배우로 생각한 끝에 선택했다"며 "외부 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의 타깃을 잡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매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게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충격적인 설정 여부나 노출 수위 등을 묻는 질문에는 "캐스팅 자체가 민감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될 만한 장면들은 상당부분 제거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