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차기당권 경쟁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경선주자들의 `박근혜 편승' 현상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후보의 대표최고위원 당선이 유력한데다 홍준표(洪準杓) 의원등 `비주류'가 불참한 경선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현상은 경선 초반부터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2∼5위 다툼이 변수인 상황에서 막판까지 뚜렷한 쟁점없는 밋밋한 선거전이 전개되자 후보들이 초조한 나머지 박 후보의 대중적 인기에 편승하는 `손쉬운'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소장개혁그룹을 대표해 출마한 원희룡(元喜龍) 후보는 경선을 사흘 앞두고 개최된 16일 KBS 합동토론회에서 "총선때 박 전 대표와 함께 국민이 OK할 때까지 한나라당을 바꾸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저와 박 전 대표의 개혁노선이 성공할수 있도록 지켜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원 후보는 다른 중진급 후보들에는 공격을 가하면서도 박 후보를 향한 질문에선인기관리 비결을 묻거나 미니홈피를 통해 `사이버 선물'을 보낸 사실을 거론하는 등`친밀감'을 과시하고자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박 후보와 각을 세웠던 이규택(李揆澤) 후보도 이날 토론회에선 박 후보의 1위 당선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보완재 역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대표최고위원에 당선될 것"이라며 "박 후보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추진력을 합쳐, 야당다운야당으로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다짐했다.

이강두(李康斗) 후보는 "열린우리당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을 개정해 박정희 전 대통령도 조사대상에 포함되도록 추진하는 것은 요새 뜨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박 후보에게 `반박' 기회를줬다.

김영선(金映宣) 곽영훈(郭英薰) 후보는 질문권을 얻자 박 후보를 제외한 다른후보들에게 까다로운 질문을 던져 스스로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을 뿐 박 후보에대한 공세는 자제했다.

반면 정의화(鄭義和)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유일하게 박 후보에게 정면 도전하는 모습으로 돌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오늘이 4번째 토론회인데 그동안 한번도 질문을 안주는데 저를 무시하는건지, 경쟁자로 두려워 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박 전 대표가 강조한`사심없는 민주적 리더십'을 문제삼았다.

정 후보는 "험난한 항해를 해야하는 야당에겐 `역동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박 전 대표가 역동적 리더십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