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6일 금융감독위원회가 민간기관에 위탁한 금융기관 불공정거래행위 조사 등 상당량의 업무는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이들 업무를 다시 금감위로 환원토록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날 지난해 `카드대란'을 초래한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과 금융감독시스템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 두 기관이 지난 2000년 업무분장을 위해 체결한 약정(MOU) 내용은 현행 정부조직법에 어긋나므로 성립될 수 없다며 이같은 업무 환원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지금까지 사실상 맡아온 ▲금융기관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 ▲영업정지 등 금융기관 제재처분 ▲금융기관 설립.퇴출 인.허가 등의 업무가 금감위로 환원되면서 금감위는 조직이 대폭 확대되는 반면 금감원은 순수 집행기구로 조직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에서 "두 기관의 MOU에 따라 금감위가 소관해야 할 '금융감독 규정 제.개정 등이 금감원에 위탁되고, 은행법 등 16개 법률에 규정된 금감위 소관 288개 행정업무가 법령에 위탁근거가 없거나 위탁범위를 초과해 금감원장에게 위탁
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어 "이같은 행정권한은 정부기관이 해야하며 민간기구인 금감원이 할 수 없을뿐 아니라,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련된 사항이어서 민간기구에 위탁할 수도 없다"면서 "이같은 MOU는 성립할 수 없다"면서 무효화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현재 겸직하게 돼 있는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을 서로 분리하거나, 겸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재정경제부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카드대란'은 신용카드사들의 방만한 영업과 정부의 비효율적인 금융감독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론짓고, 이번 특감을 통해 총 44건의 부당 위법사례를 지적했다.

감사원은 특히 금감원이 당시 신용카드사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부실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등의 책임을 물어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에 대해 감사자료를 인사자료로 통보하는 형식으로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카드대란'을 초래한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재경부, 금감위, 금감위에 대해서도 각각 기관주의를 통보했다.

감사원은 재경부 금융정책국, 금감위, 금감원으로 3원화돼 있는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비효율을 초래하고 금융부실 발생시 신속한 대응을 저해한다면서 장기적인 기구 일원화를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거시 금융정책은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수행하고, 미시 금융정책은 금융감독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이 수행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감사원은 이밖에 금융감독기구를 정부조직으로 전환하되, `관치금융'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직의 민간개방, 특정 업무의 민간기구 아웃소싱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기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