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태평양 지역 주둔 미 공군기지들이 이라크전과 대테러전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미군 전문지 성조지가 12일 보도했다.

미 의회가 장기화되고 있는 이라크전 수행 등을 위해 추가예산을 승인함으로써 국방예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성조지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테러전 지원을 위한 대규모 예산이 추가로 편성됨으로써 태평양 공군기지들의 2004 회계연도 예산이 지난 해와 2002년의 30억달러, 25억달러보다 줄어든 23억달러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주한 제7공군을 비롯한 태평양공군 기지 사령관들은 필수임무 프로그램 예산은 종전대로 유지하되 가구 교체와 도로 보수와 같은 일부 사업의 추진을 늦추고 불요불급한 출장을 없애는 등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 주둔 카데나 공군기지는 올 들어 운영유지비가 크게 줄어들자 당분간 불요불급한 장병출장과 행사를 억제하고 컴퓨터 구매량을 줄이는 등 예산을 절감토록 했다.

일본 요코타 주둔 374공수비행단도 올들어 예산집행 우선순위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다양한 비용절감 방안을 모색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영내 기숙사 세탁시설 보수작업을 연기하고 올해 안에 바꿀 예정이었던 노후 냉난방 및 환기 시설 교체일정을 늦추기로 결정한 것은 이러한 상황변화에 따른고육지책이다.

미국 의회가 이라크 안정화 작전을 위해 이미 1천261억달러의 예산배정을 승인한 데 이어 최근 250억달러의 추가예산 편성을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예산이 줄어든 태평양 지역 공군부대에서 다양한 자구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공군사령부의 크리스티나 호거트 대변인은 "이라크전 등의 여파로 금년도예산이 제한을 받고 있다.
따라서 모든 부대예산 규모를 과거 2년전 수준으로 동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시설유지 및 보수작업은 올해는 물론, 2005년도까지 억제될 것이라고호거트 대변인이 덧붙였다.

그러나 태평양 일대 공군부대들이 소요재원에 비해 크게 부족한 예산집행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느라 고심하고 있는데도 전투태세 유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게 관련부대 지휘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경기도 오산과 군산 주둔 미7공군 예하 부대들은 예산감축으로 인해 영내 서비스 요금들이 줄줄이 인상돼 장병들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374공수비행단의 마크 쉬슬러 단장은 "미국은 현재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국민과 단체들은 희생할 각오를 해야한다"며 태평양공군 부대들은 현재 상황이 비상시국임을 감안해 허리띠를 졸라 맬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