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곡동 우면동 강일동 등 서울 강남권 국민임대아파트단지 내 아파트 입주권을 겨냥한 철거가옥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획부동산들이 SH공사(옛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를 사칭하면서 철거가옥 매매를 조장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기획부동산들이 파는 철거가옥은 아파트 입주자격이 없는 가짜도 많아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SH공사 사칭하는 대범함 보여

지난달 말 서울 용산구 산천동 R아파트 주민 게시판에는 SH공사 명의의 분양 안내문이 붙었다.

SH공사의 분양공고를 그대로 흉내낸 A4용지 크기의 이 안내문에는 '분양공고 발산지구 ○○○가구,강일지구 ○○○가구,문의 ○○○-○○○○ 서울시도시개발공사'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발산지구와 강일지구의 분양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기획부동산이 철거가옥을 팔기 위해 SH공사를 사칭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들이 지하철과 육교 등에 대대적으로 철거가옥 매매를 권유하는 안내문이나 현수막을 내거는 것도 모자라 SH공사를 사칭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기획부동산들이 철거가옥 중개에 목을 매는 것은 서울시내 요지에서 택지개발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장지지구 발산지구에 이어 강일지구 우면지구 세곡지구 등 강남권 요지에서 임대아파트단지 개발이 추진 중이어서 서민들이 기획부동산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있다.

◆불법 매매·가짜 철가가옥 많아

철거가옥이란 서울시의 도시계획 사업으로 철거되는 가옥으로,가옥 소유주에겐 SH공사에서 개발하는 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진다.

이 철거가옥을 매입해 아파트를 특별공급받을 경우 분양가가 일반분양분보다 저렴한 게 장점이다.

문제는 기획부동산들이 가짜 철거가옥을 팔거나 불법 매매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일부 기획부동산들은 입주권이 부여되지 않는 재개발지역 내 노후주택을 철거가옥인 것처럼 유통시키고 있다.

따라서 철거가옥을 매입할 때는 해당 구청에 입주권 부여 대상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불법 거래는 피해야 한다.

입주권이 부여되는 대상은 '사업시행인가 고시일' 이전부터 '보상일'까지 철거가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합법적으로 입주권을 받으려면 사업시행인가 고시일 이전에 철거가옥을 매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지난 철거가옥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이런 철거가옥을 사서 입주권을 받으려면 원주인 이름으로 그대로 놔둔 후 공증을 받아둬야 하는데 공증은 확실한 안전장치가 아닐 뿐더러 나중에 가격이 올라버리면 원주인과 마찰이 생긴다.

또 철거가옥을 매입한다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지역으로 반드시 간다는 보장도 없다.

실제 상암지구 장지지구 등 인기 지역에선 입주 경쟁률이 높아 상당수 철거가옥 소유자들이 부득이하게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철거가옥의 규모가 12.1평을 넘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이 규모를 넘어야 전용면적 25.7평짜리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