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4일 교통체계개편에 따른 시민불만이 고조되자 `정기권 도입'이라는 응급대책을 발표했으나 당초 기대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15일부터 발매하기로 한 지하철 월 정기권은 74년 8월 15일 지하철이 첫 개통된 당시부터 시행됐으나 지하철 운임 적자가 계속되자 89년부터 폐지된 정책이다.

시는 당초 시행에 따른 운심 손실 규모 등을 따진 뒤 오는 10월께 2단계 대책으로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발표되자 시행기관인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측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하철 양 공사 불만 = 지하철공사(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측은 운임 적자 등의 이유로 정기권 도입을 처음부터 반대한 데다 이명박 시장이 발매 예정일까지 못박아 갑자기 정기권 도입을 언론에 발표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을 통해 정기권을 도입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시행될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교통전문가 등에 따르면 지하철 개통 초기의 정기권은 일정 구간을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발매된 것으로, 특정 출발지와 목적지까지 본인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당시에도 거리비례제가 시행돼 시청↔용산, 시청↔천호 등 출발지와 목적지 거리에 따라 정기권 운임료가 각각 다르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시가 도입키로 한 월 정기권은 서울지하철이 운영하는 구간내에서는 3만5천200원짜리 정기권만 사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하철만 이용해 출퇴근하는 승객의 경우 약 2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양 공사측은 지하철 운임 적자 폭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더구나 발매 예정일까지 불과 열흘도 채 남지않아 초기에는 마그네틱(MS)카드로먼저 발매한 뒤 나중에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카드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무임 혹은 부정 승차 승객도 많을 것으로 공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지하철 월 정기권 한 장으로 여럿이 함께 사용해도 당분간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기권 운임 수익을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가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는 문제도 숙제로 남아있다.

◆실효성 있나 = 승객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기권을 구입하더라도 수도권 구간은 물론 서울 시내 구간에서도 철도청 운영 구간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기권 발매에 대해 철도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철 1호선의 경우 청량리(지하)∼서울역 구간을 제외한 회기∼용산과 서울역∼용산∼구로 등 서울시계 구간은 물론 구로∼인천, 구로∼수원, 북의정부∼청량리(지하)구간도 모두 철도청 관할 구간이라 정기권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밖에 서울 시계 밖인 철도청 관할 구간은 지하철 3호선 지축∼대화과 수서∼오리 구간, 지하철 4호선 남태령∼과천∼오이도 구간이라 정기권을 사용할 수 없다.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오른 요금때문에 항의를 하는 시민들은 주로 경기도나 먼 지역에 사는 이들인데 이중 대부분이 철도청 관할 구간이다 보니 정기권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민원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이율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