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그의측근 11명에 대한 구금권이 이라크 임시정부로 넘겨진 가운데 후세인이 1일 법정에출석함으로써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역사적 재판의 막이 사실상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후세인 변호인단은 이라크 사법체계의 위법성을 따지고, 일각에선 공정재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후세인 재판을 둘러싼 장외 공방전이벌써부터 달아 오르고 있다.

◇후세인 1일 법정 출두= 지난해 12월13일 체포된 이후 바그다드공항내의 미군기지안 수용시설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후세인은 1일 자신의 악행을 단죄하기 위해 설립된 이라크 특별재판소에 출두한다.

이는 체포당시 더부룩한 모습으로 구강검사를 받는 장면이 공개된 이후 6개월여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에 앞서 후세인을 비롯해 미군이 구금중인 12명의 이라크 전 정권 수뇌들에대한 법적 감독권이 6월30일 이라크 임시정부로 넘겨졌다.

이로써 이들의 신분은 전쟁포로에서 피의자로 바뀌었다.

애덤 에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후세인은 이라크 임시정부의 사법권에 놓인죄수이지 더이상 미국의 전쟁포로가 아니다"고 말했다.

특별재판소는 미국 대사관 시설과 임시정부 청사가 위치한 바그다드 시내 중심부의 안전지대(그린존)에 있다.

미군은 후세인의 경호를 위해 철통같은 경계를 펼 것으로 알려졌다.

살렘 찰라비 특별재판소장은 이날 후세인에게 이라크를 통치하는 동안 저질렀던악행에 대한 조사와 재판이 시작된다고 통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범죄, 고문 등 반인륜범죄, 집단학살 등 후세인의 범죄혐의가 워낙 광범위하고 장기간에 걸쳐 있어 복잡한 조사절차를 고려하면 본격 재판은 연내 시작되긴어려울 전망이다.

◇벌써부터 장외공방전 치열= 후세인 재판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변호인단이 특별재판소의 위법성을 집중 거론하고 나서 재판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후세인의 부인 사지다가 선임한 20명의 변호인단을 이끄는 요르단 출신 변호사무하마드 알-라쉬단은 30일 "현행 이라크 사법부는 행정부와 동일하다"며 "(삼권분리 차원에서) 합법적이지 않다"고 공격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지난달 29일 이후 계속 회의를 열어 변론대책을 논의중인 변호인단에는 미국의 변호사들도 포함돼 있다"며 "이라크 사법체계의불법성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로 가 후세인을 변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단에 가세한 프랑스 변호사 엠마뉴엘 루도트는 "특별재판소는 불법으로 일으킨 전쟁으로 탄생한 불법 정부에 의해 구성됐기 때문에 합법성이 결여돼 있다"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후세인이 자신을 이라크 대통령으로 생각하고,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길기대한다"며 "그러면 특별재판소가 그를 단죄할 권한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형설 솔솔=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사형언도설이 확산되고 있다.

말리크 도한 알-하산 이라크 법무장관은 30일 "후세인은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라며 사형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는 이날 발행된 이탈리아 일간 `리퍼블리카'와의 회견에서 "임시정부는 폴 브리머 전 미 군정 최고행정관의 명령으로 중단됐던 사형제를 부활키로 하는 법령을승인했다"며 그같이 말했다.

그는 "현행 법령하에서는 대량학살, 화학무기 사용 및 반인도적 범죄자에 대해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우리는 이라크에서 막 피어나려는 민주주의와자유를 파괴하려는 잔인한 적과 대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형설은 이야드 알라위 총리의 말로도 뒷받침됐다.

알라위 총리는 "후세인의 죄를 입증할 수t 분량의 증거자료를 확보했다"면서 국제기구들이 그의 유죄입증을 위한 추가 자료를 제공키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무와파크 알-루바이에 임시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BBC방송과의회견에서 "후세인에게 사형이 선고될 순 있지만 이라크 법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변국 후세인 처벌 촉구 가세= 이라크와 전쟁을 한 이란과 쿠웨이트는 후세인 재판과정에 참여해 후세인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은 30일 지난 80년대 8년간 이어진이란-이라크 전쟁당시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사용해 수많은 이란인을 살해한 혐의를후세인에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90년 이라크의 침공을 받았던 쿠웨이트는 후세인 단죄에 더욱 적극적이다.

셰이크 알-자베르 알-사바흐 쿠웨이트 총리는 후세인은 쿠웨이트인을 상대로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후세인에 사형선고가 내려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세인의 재판과정에 쿠웨이트 대표를 참여시키고 후세인의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이라크 특별재판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후세인의 신병관할이 임시정부로 넘겨진 것을 환영하면서 공정한재판을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후세인의 운명은 이라크 국민들에 의해결정돼야 하지만 법률에 근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주화된 하나의 이라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안정과 화해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바그다드.암만.파리 AP.AF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