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호황 덕에 산업생산은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내수 회복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양상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소비심리를 재는 대표적 지표인 '도ㆍ소매 판매지수'는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넉 달 만에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특히 국내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설수주가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감해 내수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로 인해 경기동행지수는 물론 선행지수마저 뒷걸음질쳐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퇴색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5월 산업활동 지표만을 놓고 보면 올 2ㆍ4분기(4∼6월)가 '바닥'이 아니라 '정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5%대 성장도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고 진단했다. ◆ 갈수록 깊어지는 수출ㆍ내수 양극화 5월중 '산업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5% 늘어나며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달(11.2%)에 비해서도 증가폭이 커졌다. 정보기술(IT)업종 중심의 수출 호황이 지속된 덕분이다. 그러나 내수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되레 악화됐다. 도ㆍ소매판매액지수를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대형할인점을 제외하곤 모두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자동차 및 차량연료'는 전년 동월 대비 8.2% 줄어들며 전달(마이너스 4.0%)보다 감소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정부의 특별소비세 인하조치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셈이다. 백화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나 매상이 줄었다. 수출에서 파생된 '온기'가 결국엔 내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한낱 '기대'에 그치는 분위기다. 업종간 양극화도 고착되는 양상이다. 반도체(증가율 67.9%) 영상음향통신(34.2%) 자동차(11.5%) 등 몇 개 업종만 선전하고 있을 뿐 나머지 업종은 소폭 증가에 그치거나 아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로 인해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엔 산업생산지수 증가율이 13.5%에서 5.7%로 떨어지고 영상음향통신업종까지 빼면 증가폭이 3.5%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 경기사이클, 하강국면에 접어드나 5월 산업활동 지표에서는 경기회복 조짐을 찾아내기 힘들다는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설비투자가 3개월 만에 1.3%의 증가세로 반전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중 설비투자가 극히 저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경기 부진은 '경기종합지수'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현재의 경기를 재는 종합성적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7을 기록, 전달(100.3)에 비해 0.6포인트 낮아지며 2개월째 뒷걸음질했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2개월 연속 떨어졌다는 것은 분명 좋은 조짐이 아니지만 아직 추세 반전을 나타낸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경기사이클상 하강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 정도 연속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수출 증가세가 4ㆍ4분기부터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와 건설경기가 빠른 시간 내에 호전되지 않는 한 하반기 경기회복은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