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충분한 증거없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성급하게 공표했다면 국가는 피의자의 명예훼손 등 피해에 대해 보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23일 고교생과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주부 이모씨가 "경찰이 하지도 않은 원조교제를 했다고 언론에 공표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의 발표범위는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사항에 대해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에 한정된다"며 "표현 또한 공식절차에 따라 추측이나 예단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경찰은 원조교제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 보강수사가 필요한 상태임에도 언론에 수사결과를 빨리 알릴 욕심으로 성급하게 피의사실을 공표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둔 주부인 이씨는 2000년 12월 고교생과 간통 및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원조교제 주부'로 언론에 보도됐으나 검찰에서 원조교제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