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피살된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의 유족들이 국가 또는 회사 등으로부터 법적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김선일씨에 대한 직접 가해자인 무장세력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정부가 배상책임을 지게 될지 섣불리 단정짓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교민 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런 최악의 결과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도 배상과정에서의 걸림돌이다. 헌법 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배상법 2조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다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 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액면대로 해석하면 국가의 교민관리에 위법 사실이 있다거나 피랍사실 확인 후 정부가 무장세력과 석방교섭을 벌이는 과정에서 고의나 과실로 무장세력을 충동해 살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피랍사실이 확인된 직후 이라크 주재 대사관이 이슬람 성직자협회 등을 통해 무장세력과 간접적 접촉을 시도하고 CPA(미군 임시행정처), MFCN(다국적군사령부) 등과 접촉하며 공조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는 중동 12개국 대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장재룡 외교부 본부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책반이 현지에 나가는 한편 김삼훈 유엔대사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반기문 외교부장관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나 석방협상 과정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정도의 과실을 찾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해 보인다. 다만 정부가 무장세력으로부터 `24시간'이라는 시한을 통보받은 뒤 곧바로 `파병방침 불변'이라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바람에 무장세력이 강경행동을 취했는지 여부에 따라 정부의 외교적 전략의 실책을 문제삼을 수 있다. 그러나 무장세력을 상대로 직접적 살해동기를 조사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지하드(聖戰)를 추구하며 자신들의 종교관과 어긋나는 외국인 인질에 대한 무자비한 살육을 불사하는 무장세력이 협상에 따라 태도를 바꿨을지도 의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뒤 현지에서 파병철회 여론이 일었다면 미리 이라크나 주변 아랍국 정부 및 공식.비공식 창구를 통해 저항세력과의 채널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지적 등에 비춰 협상 과정에서의 하자 등을 근거로 한 배상 책임이 가능한지가 향후 소송 등 과정에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는 김씨가 5월 말에 이미 무장세력에 납치됐다는 증언도 나오고 가나무역측이 한국에 김씨 피랍사실을 신속히 알려오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씨가 소속한 회사의 경우 보험 가입 여부 등이 배상 근거가 될 수 있고 현지에서 김씨가 피랍되고 수일이 지나 피랍 사실을 신고하는 등 일부 과실이 드러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직접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