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3일 새벽 핵심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반을 가동해 김선일(33)씨 참수사건이 자이툰부대 파병계획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군은 김씨 살해사건을 계기로 최근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국에걸쳐 확산되던 파병반대 목소리가 잦아들면서 파병계획이 오히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데 격분한 국민들이 당장에라도 전투병을 이라크로 보내 응징보복해야 한다는 여론이 파병반대 목소리를 압도할 가능성이농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씨 참수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파병반대 글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자이툰부대의 임무를 평화재건지원에서 테러소탕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들이 쇄도했다. 군이 파병지지 분위기가 급격히 고조될 것으로 예측한 데는 이탈리아의 전례도고려됐다. 서희.제마부대가 주둔 중인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병력 3천여명을 파병한 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 차량폭탄테러로 파병장병 수십명이 숨진 뒤 철군을 촉구하는목소리가 급증했다. 이탈리아 야당과 반전단체들은 당시 "무력사용만으로는 테러리즘을 없앨 수 없으며 오히려 아랍권에서 서방에 대한 민족적 반발만 초래할 뿐이다. 군대 파견은 평화관리 임무가 아니라 전쟁에 뛰어든 형국으로 실수였다. 정부가 더 이상 군대를 사지로 보내서는 안된다"며 철군을 강력하게 요청했던 것. 이러한 철군 분위기는 이탈리아인 경비원 1명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납치돼 살해된 사실이 알려진 금년 4월 중순 이후 완전히 반전됐다. 교황청이 "냉혹하고 야만적인 행위다"라고 비난한 데 이어 이탈리아군을 비롯한동맹군들은 이라크 테러세력 소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쏟아진 것이다. 군은 네티즌들의 분노와 이탈리아의 전례 등에 비춰 자이툰부대의 임무를 단순한 평화재건지원이 아니라 대테러전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당분간 비등할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종전의 파병원칙은 유지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23일 새벽 긴급대책회의에서 이탈리아 주둔 다국적군사령부(MNF-I)와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 김씨 시신 운구를 지원하고 추가적인 테러 동향을 파악하되 기존의 파병계획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서희부대원 330여명을 다음달 중순 아르빌로 옮기고 자이툰부대 선발대및 본대 병력 2천여명을 8월 초순부터 순차적으로 출국시켜 대민지원 활동 위주로평화재건 임무를 수행토록 한다는 기존 파병계획은 수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병이 가시화될 경우 테러단체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여기에 대한 철저한 대응책은 세워야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군내부에서 제기되고있어 자이툰부대의 부분적인 임무전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르빌의 치안상황이 비교적 양호한 점을 감안해 특전사와 특공대 등 민사요원들의 역할을 `새마을운동' 전수 등으로 편성했는데 김씨 참수 사건을 계기로 이들을 경비 전담요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생겼다"고 밝혀 부대임무의 소폭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