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간 계속된 병원노조 파업사태가 22일 극적으로 타결됐으나 현대자동차 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병원노사가 정부 개입 없이 합의를 이뤄냄으로써 노동계의 '하투(여름 임단협 투쟁)' 분위기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대차의 파업결의로 하투 전망은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9.66%(투표자 대비 75.44%)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는 지난해 파업 찬반투표의 54.8%(전체 조합원 대비) 찬성률보다 15%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이다. 노조는 오는 25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지만 사측과의 협상추이를 봐가면서 구체적인 행동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노사는 이날 오전 실무교섭을 벌여 토요 격주 휴무제 등을 골자로 한 산별교섭 합의안에 서명했다. ◆ 현대차 노조, 하투 대세 판가름할 듯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지, 한다면 언제 어떤 강도로 밀어붙일지에 따라 올해 하투의 대세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임금 12만7천1백71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비정규직 임금 인상, 주간 연속 2교대제, 기업이윤의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측은 법 취지에 맞는 주 5일 근무제 시행과 생산성 향상 등을 협상안으로 내놓고 있다. 회사로서는 이미 임금부담이 큰 데다 사회공헌기금이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개별 회사 차원을 넘어선 문제여서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노조 지도부로선 작년보다 높은 조합원들의 파업투표 찬성에 부담을 느끼겠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등 혜택을 많이 누려온 대기업 노조의 파업에 대한 여론의 비판적인 시각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또 일선 조합원들이 파업 돌입 여부를 지도부에 일임했지만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 정치ㆍ사회적인 이슈를 내걸고 파업을 강행하는데 대해선 내심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장 파업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 병원 타결, 노동계 투쟁분위기 진정제 역할 =병원노조의 파업타결은 다른 노사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올해 노사협상의 최대 쟁점인 주 5일 근무제에 대해 병원노사가 합의함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노동계와 재계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노조가 파업을 강행했지만 수술실 응급실 등 필수 사업부문에 대해선 진료 공백을 최소화해 합리적 노사관계 정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올해 병원협상은 쟁점인 주 5일제가 포함되면서 하투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만큼 병원노사의 합의안은 노동계와 재계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과 경총 등 노사단체들이 병원노사 협상에 직ㆍ간접적으로 간여하며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타결되도록 유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윤기설 노동전문ㆍ울산=하인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