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 TV가 최근 이라크에서 납치된 인질들의 피랍, 석방 소식 등을 잇따라 신속히 보도할 뿐 아니라 인질 석방을 위한 창구역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996년 설립된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은 미국 CNN과 동일하게 24시간 뉴스를 전문으로 방송하고 있으며 아랍권 지역을 가시청권(시청자 약 3천5백만명)으로 하고 있다. 이 방송은 서구언론매체에서 경험을 쌓은 기자들을 뽑아 아랍인의 관점에서 중동문제를 보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방송은 창사이후 광고료와 시청료로 운영됐으나 카타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영국과 유럽에서 방송판매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최근 들어 이라크 무장단체의 외국인 피랍 및 살해위협 등의 장면과 인질석방을 요구하는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잇따라 방송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21일 오전 0시10분께(현지시각) 미군 군납업체인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33. 부산시 동구)씨가 무장단체에 의해 지난 17일 납치돼 살해위협을 받고 있는 장면을 내보냈다. 납치범들은 이라크로부터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하며 24시간의 말미를 한국정부에 준다고 위협했지만, 24시간이 흐른 22일 오전 현재 알-자지라 방송은 새 소식은 들어온 게 없다고 보도했다. 방송보도후 정문수 카타르 주재 한국대사는 이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납치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면서 이라크 파견 한국군이 비전투병임을 강조했다. 정대사는 "김씨 가족을 포함한 한국인 모두가 그의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다"고 조기석방을 호소했다. 나시리야에 주둔중인 이라크 한국군 지원단장인 박성우 대령도 이날 오후 출연, "한국군은 이라크에 싸우러 온 게 아니라 협력하러 온 것"이라며 서희.제마부대의 활약상을 설명한 뒤 김씨의 석방을 호소했다. 이날 밤에는 열린우리당 송영길(宋泳吉) 윤호중(尹昊重) 의원 도 각각 출연해 김씨의 석방을 호소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이어 박종평 교수 등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10명 역시 알 자지라를 통해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해할 수 없다'는 코오란 말씀을 빌어 한국 외대 아랍어과 교수 일동은 김씨를 납치한 단체에 김씨의 석방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알 자지라는 지난 4월 일본인 3명이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을 때도 살해위협장면을 내보냈고 이어 일본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의 인터뷰 장면도 방송했다. 가와구치 외상은 인터뷰에서 인질들이 얼마나 이라크를 사랑했는지를 구구절절히 설명하며 석방을 호소, 결국 성공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창엽기자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