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 DVD 플레이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만들어내는 최대 생산기지다. 중국의 전자 정보통신산업 매출액이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서는데 DVD의 기여가 적지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토종 DVD 플레이어 업체들이 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선전의 바오안구에서만 올들어 30여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과잉공급-가격인하 전쟁-채산성 악화-한계기업 속출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자음향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DVD 플레이어를 생산한 기업은 1백개사를 웃돈다. 생산량은 1천5백만대. 전 세계 생산량의 50% 이상이다. 하지만 중국에선 5백만대 정도만 소화할 수 있다. 가격인하전이 펼쳐진 건 당연한 일.마쓰시타와 LG전자 등 외자기업들도 5백95위안(약 8만9천원)짜리 DVD 플레이어를 내놓았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기업들은 DVD 생산 1대당 제조원가의 20~30%에 이르는 20달러의 로열티를 외국사에 제공하고 있다. 바로 이게 세계 최대 DVD 플레이어 생산기지 뒤에 가린 진상이다. 중국 언론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걱정한다. 세계에 차세대 DVD 플레이어 규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데도 중국 기업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쓰시타 소니 삼성이 주도하는 '블루레이 디스크'와 도시바가 이끄는 '고화질 DVD' 어느 쪽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칭화대 관계자는 "청색레이저를 이용한 블루레이 디스크 기술을 개발했지만 관심을 갖는 기업은 대만 등 외자기업뿐"이라고 말한다. 중국 신식산업부(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은 "중국은 IT 대국일 뿐 강국이 아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중국의 DVD 업계 도산 사태는 IT 대국과 강국 사이에 기술장벽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