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추가파견 병력이 활동할 쿠르드자치지역의 내외정세는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어 세심한 주의와 상황 파악이요구되고 있다. 우선 이라크의 주류세력인 아랍족과 소수족인 쿠르드족 간의 갈등이 주권이양을계기로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랍족과 쿠르드족은 이미 6월 들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지난 3월 채택된 임시헌법을 명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바 있다. 이러한 갈등은 비록 미국측의 적극적인 설득 노력과 쿠르드족의 양보로 봉합되기는 했지만 언제든지 다시 부상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마찬가지다. 쿠르드 민주당(KDP) 총재인 마수드 바르자니는 최근 언론과의 회견에서 북부 석유도시인 키르쿠크에서 과거 사담 후세인시절 쿠르드족이 쫓겨난 만큼 이를 쿠르드인들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주목되고 있다. 쿠르드 자치지역과 인접한 북부 지방의 치안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북부 모술에서는 지난 8일 오전 한 관공서 밖에서 차량폭탄 폭발사고가 발생, 10명이 숨지고 100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북부 키르쿠크-터키 송유관도 최근 공격을 받아 손상되는 등 저항세력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17일에도 두 차례에걸쳐 4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러한 내적 변수 외에 쿠르드족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시리아, 터키 등 주변국들의 대(對) 쿠르드 강경정책이 계속되고 있어 심상치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의 집권 바트당은 최근 쿠르드 정당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고, 여기에 터키군을 상대로 15년 동안 투쟁해온 쿠르드 게릴라단체인 쿠르드 자유민주회의(KADEK)가 최근 5년 간의 휴전 종식과 본격적인 투쟁을선언했다. 따라서 외형적으로는 치안이 안정돼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랍족 및 인접국들과의 첨예한 갈등ㆍ대립을 잉태하고 있는 지역으로 우리 군이 파병되는 만큼 정부의면밀한 대책수립이 시급하다. (바그다드=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