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끼 먹는 우리 음식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구미의 저급 음식문화가 식탁을 점거해가는 추세에서 전통음식을 세계에 문화상품으로 내놓을 방안은 무엇일까.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로 잘 알려진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음식문화 순례에 나서 그 결실을 한 권의 책으로 내놓았다. 최근 출간된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휴머니스트刊)가 그것이다. 최 교수와 동반순례길에 오른 이는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들은서울 인사동에서 출발해 전통음식의 역사와 특징, 조리법 등을 하나하나 짚고 있다. 이 신간은 최 교수와 정 교수가 소속한 단체 '한국문화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시도한 한국문화순례의 첫번째 성과이다. 책은 최 교수가 묻고 정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최 교수는 중간중간역사적 사실을 별도로 정리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전의 저작들처럼 매우 쉽고 맛깔스럽게 글을 전개하며 독자를 편하게 이끈다는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정 교수는 서구식 식습관에 밀려 소비가 줄고 있는 쌀과 콩의 예찬론부터 편다. 별 가공을 하지 않은 채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곡물은 쌀밖에 없다는 것.단맛이 있어 먹기 좋을 뿐 아니라 칼로리도 무척 높아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그는 말한다. 쌀 소비 감소와 성인병 발병률 증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얘기다. '밭에서 나는 고기'로 일컬어지는 콩 역시 만주지방에서 우리 조상들이 가꿨던것. 그러나 지금은 미국에 종자를 다 내줘 남은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한다. 1965년경에는 보리와 콩을 자급자족하고도 남았으나 쌀농사 중심의 농업정책 결과 현재는국내에서 콩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선조들이 채식만 하면서도 영양을 그런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콩 음식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현재의 채식 위주 식단이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래하면서 시작됐다고본다. 살생을 국법으로 막고 고기 잡는 도구를 불태우게 해 어업 자체를 금했다는것. 고려시대에 와서는 살생금지령으로 인해 어민들이 바다를 떠나 어촌 자체가 없어지기도 했다. 그 결과 콩으로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는 장 문화가 채식 식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차 문화가 도입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이런 음식사에 변화가 인것은 고려시대의 몽골 침략기. 육식을 잊어버린 고려인들은 몽골인들에게서 짐승 도살법 등을 배워 육식 전통을 되살렸다. 이 시기에 소주가 몽골을 통해 유입된 것도우리 음식전통에 큰 영향을 준다. 조선 음식사의 분수령은 고추의 전래였다. 임진왜란 무렵 고추가 들어오면서 식단은 큰 변화를 보이며 우리 음식을 완성해갔다. 배추김치의 등장 시기가 고작 100여년 전이라는 설명도 뜻밖이다. 씨 없는 수박을 만든 우장춘 박사가 중국 산둥배추를 들여와 서울 왕십리에서 재배한 게 시초라는 것. 최 교수는 장기간 신선한 상태로 보관해 먹을 수 있는 채소 음식은 세계에서 김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인들이 죽자고 술을 마셔대는 습관과 차문화 쇠퇴를 연결짓는 것도 흥미롭다. 신라시대 이후 불교가 성행하면서 절 근처를 중심으로 차를 재배했는데, 조선시대에 불교가 억압받으면서 차문화도 사라졌다. 이로써 한국인은 전통의 기호음료를잃어버리면서 대신 술을 즐겨 마시게 됐다. 우리 조상은 채식과 육식을 8대2로 하는 고급 음식문화를 전통으로 이어왔다는게 정 교수의 설명. 음식학자들은 이를 건강성을 지향하는 식사의 황금비율로 간주하고 있는데, 한식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중해식보다 더 뛰어난 자연건강식이었다. 그러나 해방 후 서구 식생활이 파고들고 최근 인스턴트 또는 패스트 푸드가 남용되면서 전통 조리법이 사라지고 있다고 정 교수는 안타까워한다. 그는 '음식만 먹는다'기보다 '문화를 먹는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때가 됐다며 전통음식의 문화상품 개발 필요성을 역설한다. 한식의 세계화 방안으로는 △외국인들을 위해 한식의 조리방법과 단위를 표준화하며 △'테이크아웃' 음식이나 배달음식 상품을 개발해 쉽게 먹을 수 있게 하고 △한꺼번에 펴놓고 먹는 평면전개형에서코스별로 시차를 두어 음식을 제공하는 시간형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음식을 담는 식기의 고급화도 시급하다고 덧붙인다. 352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