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계획에 대해 그동안 언급을 극도로 자제해왔던 이명박 서울시장이 16일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민투표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한때 수도이전 반대를 위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쟁의 심판이란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재에서 이를 가리는 것이다. 그 동안 수도이전계획에 강하게 반발했던 경기도 등 지자체들의 움직임에 서울시가 공식 가세함에 따라 앞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 시장은 측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수도이전 반대의사를 비쳐오다 이날 서울시 실국장회의에서 "수도이전은 국민 전체에 영향을 주는 중대 사안인 만큼 국민적 합의가 요구된다"며 국민투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도이전 후보지 발표와 관련해 "정부가 파주나 김포 판교에 작은 신도시 하나 만드는 것보다 더 서둘러서 하는 것 같다"며 졸속추진을 꼬집었다. 이 시장은 또 이날 모방송에 출연, 지난해 말 여야 합의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통과된데 대해 "한나라당이 충청도의 표를 얻기 위해 (특별법을) 통과시켰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용으로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이나 한나라당이 표를 얻기 위해서 한 것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시장은 수도이전반대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을 할 수 있는 시한이 특별법 공포일이 아니라 수도이전 후보지 발표일로부터 60일까지로 볼 수 있다는 법률자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오늘(16일) 특별법 공포 60일째가 되는 날이어서 서울시가 제기할 수 있는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생각했으나 고문 변호사의 법률자문 결과 이같은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그러나 청구소송 제기는 당분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철수ㆍ이태명 기자 kcsoo@hankyung.com ------------------------------------------------------------------------- < 용어풀이 > 권한쟁의 심판 = 국가기관 상호간 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 다툼이 있을때 헌재에서 이를 가리는 절차. '국가기관이나 해당 단체의 장(長)'에게만 청구 권한이 있다. 즉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장이나 서울시장이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상대로 심판청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