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골프와 경영'] 망중한과 정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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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만큼 빨라집니다.' 요즘 교통방송에서 펼치고 있는 안전운전 캠페인의 구호다.
규정속도를 지키면서 여유있게 운전하면 교통질서가 유지되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급하다고 차선을 위반하거나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과속을 하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시간 단축도 별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조급증이 생기면 차는 더 막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골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급해질수록 그날 골프는 망가지게 되어 있다.
대부분 아마추어 골퍼들은 공이 잘 맞지 않거나 트러블에 빠지면 스윙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결국 빨라질수록 더 안 맞고,안 맞을수록 더 빨라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저속-고속-초고속' 단계를 지나면 '미칠 광'(狂)자 광속으로 바뀌기 쉽다.
일단 광속단계에 돌입하면 그날 스코어 관리는 포기하고 '미친 듯이' 팔로 공을 때리고 다닌다.
그러면 공도 미친 듯이 이리 튀고 저리 튀다가 18홀을 마치게 된다.
골프를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스윙 속도부터 줄이는 게 좋다.
거리가 조금 덜 나가더라도 속도를 줄이고 스윙 템포를 부드럽게 유지해주면 다시 공이 잘 맞기 시작한다.
나는 골프의 묘미가 '망중한'과 '정중동'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망중한'이란 바쁜 사람일수록 골프의 효과를 더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보다도 진짜 바쁜 사람이 대자연 속에서 다섯시간 정도의 여유를 즐기면서 재충전이 가능한 것이 골프의 매력이다.
호주로 이민간 여유있는 사람이 주간 스케줄을 '골골 낚낚 골골골'로 잡았다가 나중에는 '골낚골낚 골골골'로 했는데 결국 골프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주일 내내 골프와 낚시만 하면 종내에는 재미가 없어지게 마련이다.
'정중동'이란 조용히 있는 것 같으면서도 내공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매는 사냥감을 향해 내달리기 전에 공중에서 거의 정지상태로 있다.
사자나 표범 같은 맹수도 공격 직전에는 정지 상태로 있다.
이때 정지는 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폭발력을 얻기 위한 '내공 쌓기' 시간인 것이다.
프로골퍼들은 백스윙의 끝 동작에서 순간적으로 정지한다.
'망중한'과 '정중동'-이것이 바쁜 현대인들이 골프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