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한 '전략적 통찰을 위한 아시아 원탁회의'가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아시아 기업들간의 기술교류 방안과 세계화 전략, 고조되는 테러위협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대응책 등을 집중 논의했다. 오후에 열린 본회의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이 열렸다. 또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아시아가 세계경제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는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핵문제 해법=김 전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주고받는 협상을 하면 북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을 적극 도와주면 된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양국이 합의하면 단계를 밟아 약속을 서로 실천해나가야 하며 6자회담 등을 통해 합의내용을 보증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뿐 아니라 북한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더이상 바라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향하고 있으므로 6자회담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국제적 협의체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빌 리처드슨 주지사는 이달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4차 6자회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주목받았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으므로 이달말 6자회담에서 진전이 없다면 내년까지는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할 기회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이를 위해서는 6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 등 구체적 제안이 있어야 한다"며 "미국을 비롯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에너지 등 경제분야 지원이 선행돼야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이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다. 북핵 해결 방법과 관련,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이 우선 핵생산 동결부터 약속한후 점진적으로 핵 해체를 향해 논의를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6자회담이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지만 당사자들이 노력한다면 희망의 싹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스 스트롱 특보 역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책을 해결책으로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적 패키지(일괄지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에너지 분야에 대한 북한의 요구를 잘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북한 인권개선 대책=김 전 대통령은 "한국은 어떤 문제보다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냉전시대에 미국이 소련 등 공산권의 인권 상황을 맹비난했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다"며 "오히려 공산권이 개방정책을 택한 후 인권이 나아졌다"고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중국의 경우에도 개방정책 이후에는 과거 천안문사태와 같은 인권탄압 사례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북한 역시 개혁·개방 정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시절 9천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했고 최근 약 5만명이 남북한을 왕래했는데 이것도 인권문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욕심같아선 해외의 탈북자들을 모두 데려오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실현 가능한 것부터 접근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리처드슨 주지사는 "핵문제부터 먼저 해결한 후 인권 문제 등 사회통합 문제를 다룰 수 있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러 회담들은 결국 북한을 국제무대로 이끌어내자는 것이므로 좀 더 큰 틀에서 인권 문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