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종료된지 1년이 지나고, 주권이양을 한달 앞두고 있지만 치안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미국이 수렁에 빠진 이유는무엇일까. 지난 97년부터 2000년까지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군사령관으로 재임했던 앤서니 지니 전 해병대 장군은 최근 미국 국방정보센터 연설을 통해 미국이 이라크전과 점령정책 시행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를 10가지로 요약했다. ◆봉쇄정책의 폐기 = 부시 행정부가 91년 걸프전 당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성공적으로 실행했던 봉쇄정책의 유효성을 잘못 판단하고 이를 폐기한 게 대표적인실수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최근 "봉쇄정책은 적절치 않았다"고 말했지만 걸프전당시 그의 부친은 유엔 결의안을 통과시킨뒤 전쟁을 시작했다. 그의 부친은 또 종전후에는 미국에게 군사적,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는 미군의 바드다드 진주를 시도하지 않았고 동맹국들을 분열시키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걸프전 이후에도 소말리아사태 등 다른 지역의 분쟁에 이집트와 파키스탄, 사우디 아라비아 등의 파병을 성공적으로 유도했다. 봉쇄정책은 대(對)소련, 북한 전략으로 성공적으로 작동돼왔고, 정책 집행과정에서는 일부 어려움이 따르지만 다른 어떤 정책 보다도 비용이 적게드는 정책인데이를 무시한 셈이다. ◆`대중동구상'의 오류 = 예루살렘에서 바그다드까지 도로를 연결시켜 이스라엘과 아랍인들이 서로 손잡게 만들고, 하루밤 사이에 중동에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중동을 개혁하고, 변화시키겠다는 전략이야말로 큰 실책이다. 협상 보다는 전쟁이 중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사람들은 중동의 지역적 특성과 문화 및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조작된 개전 근거 =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위해 전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잘못된 근거를 만들어 내는 등 베트남전의 실수를 되풀이 했다. 일부 인사들은 이라크전에 앞서 긴급하고도 중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지만 사담 후세인으로 부터 중대하고도 긴급한 위협은 존재하지 않았다. ◆국제적 협력모색의 실패 = 걸프전에 앞서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을 위해 무력사용에 관한 유엔승인을 받았고, 아랍.이슬람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냈으며,종전후인 93, 98년에도 유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전개했다. 반면 현 부시 행정부는 국제적 지지를 획득하는데 실패했으며, 심지어는 한스블릭스 유엔사찰단장을 의심하면서까지 전쟁상황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재건부담의 과소평가 = 슈왈츠코프 전 중부군 사령관은 "우리가 바그다드에이라크인들과 스텝댄스를 추러가는게 아니며, 이라크인들이 거리에 나와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 재건작업이 엄청난 고통과 시간은 물론 막대한 비용과 인명피해를 요구할 것이란 점을 간과했고, 하루밤새 이라크에 제퍼슨식 민주주의를 이식하겠다는 생각이야말로 조롱거리에 불과하다. ◆`망명 명품족'에 대한 과도한 의존 =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파렴치한 `명품 망명인사'들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신뢰야 말로 최대 실수중 하나이다. 중앙정보국(CIA)은 이들로 부터 제대로 된 정보보고서 조차 얻을수 없었으며,심지어는 미군이 진주하면 거리에서 꽃다발 환영을 받을 것이란 잘못된 정보만 얻었다. 명품 망명족들은 특히 이라크 국민들의 신뢰도 받지못하는 인물들이다. ◆기획기능의 부재 = 국방부나 국무부 관계자들로 부터 전후 이라크의 정치.경제.사회적 재건이나 인프라 개발 및 발전에 대한 기획안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바 없다. 특히 이라크행 비행기 좌석에 앉아 이라크 재건을 구상하고, 정책결정할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몽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내 판단으로는 이라크 18개주 수준까지 대규모 기획팀이 필요했지만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의 규모는 1개주 재건에 필요한 정도의 소규모였다. ◆지상군 병력의 부족 = 이라크에서의 작전 수행을 위해서는 더 많은 지상군이필요했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시대에 뒤떨어진 전략"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사담 후세인과 같은 권위주의적 정권을 붕괴시키는 과정에서는 많은 혼란이발생하는 만큼 치안유지를 위해서는 추가 병력이 필요했다. ◆제 기능을 못한 CPA = 전 세계 여러 공관에서 많은 직원들을 모아 144개 부서로 구성된 CPA를 설치했지만 지방 단위까지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규모나 우수한 자질의 직원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특히 강을 건널때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격언에도 불구, 미군정최고행정관이 제이 가너에서 폴 브리머로 교체됐다. ◆`탈(脫) 바트당' 정책과 이라크군 해산 = CPA가 저지른 실수중 하나는 바트당출신 인사들을 공직에서 추방해 수니파에게 소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자질이 우수한행정관리들을 내쫓아 행정을 마비시킨 것이다. 또 중부군 사령부는 그동안 점령국 군대를 전향시키기 위한 심리적 작전 계획을마련해 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치안임무의 핵심인 이라크 정규군을 일방적으로해산시킨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이다. (바그다드=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