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10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 D아파트는 한 집 건너 두 집 간격으로 불이 꺼져 있었다. 입주를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실제 입주율은 40%에도 못미치고 있다. 지난 28일 밤 9시에 찾은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D아파트와 L아파트도 절반 이상이 불 꺼진 빈집이었다. 한달여에 걸친 입주 기간에도 불구하고 입주율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스산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올들어 입주를 시작한 수도권의 새 아파트가 텅텅 비고 있다. 2~3년 전 분양 당시의 청약 열풍은 온데간데 없다. 계약금을 날리면서까지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잔금을 받지 못한 건설업체들은 자금난에 빠져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극소수 인기 단지를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의 새 아파트 입주율이 30∼40%에 그치고 있다. 입주 시작 후 1개월간의 초기 입주율이 10∼20%에 불과한 단지도 수두룩하다. 부산 등 지방에서 시작된 입주율 저하가 수도권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수도권에서 빈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계약자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대책과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택시장이 마비되면서 살고 있는 집을 팔거나 세를 놓지 못해 잔금 치를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자 계약금을 날리면서까지 입주를 포기하고 있다. 더욱이 전세 수요까지 사라져 입주율은 더욱 곤두박질치고 있다. '빈집'의 급증은 중소 주택건설업체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수백억원의 잔금을 못받아 부도 위기에까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하다간 주택시장이 '공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소 김성식 연구위원은 "그동안 과열됐던 아파트 분양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입주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업체는 물론 입주자들의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욱진ㆍ조재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