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본은 주식매수에 따른 단순 시세차익만을 노리지 않는다.고배당이나 유상감자 등 각종 기법을 동원해 투자자금의 몇배를 빼가는 게 속성이다." 외국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방법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게 증권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국부 유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한햇동안 벌어들인 이익을 몽땅 빼내가 기업이 '빈 껍데기'로 전락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법으로 악용되는 유상감자 유상감자는 보통 기업이 불필요한 사업규모를 축소시키기 위해 자본금을 줄이면서 동시에 주주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유상으로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외국계가 대주주인 일부 기업에서 실시되는 유상감자는 회사 돈의 유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만도의 최대주주인 JP모건이 대규모 유상감자를 통해 5백14억원의 차익을 가져간 것이 대표적 사례다. JP모건은 지난 99년 만도를 인수한 이후 4년간 적자로 배당을 받지 못하자 이익을 낸 첫 해인 2003년 주식 유상소각이란 방법을 동원,순이익 이상의 자금을 대주주들끼리 나눠 가졌다. OB맥주 대주주인 인터브루가 올초 60%의 유상감자를 통해 1천5백억원의 자금을 회수한 것도 이런 경우다. 브릿지증권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 증권사는 1억5천만주에 달하는 3차 유상감자를 실시하기 위해 지난달 사옥까지 매각했다. 대주주인 BIH는 이번 유상감자를 포함,세 차례의 감자를 통해 투자원금 2천2백억원을 거의 회수한 것이다. BIH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브릿지증권 지분(71%)을 매각해 시세차익까지 남긴 후 국내에서 완전 철수하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당은 1년에 한두번으로 제한돼 있지만 유상소각은 횟수에 상관없이 유보이익금 한도 내에서 단숨에 목돈을 챙길 수 있어 외국계 대주주들이 자금회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고배당도 문제 호주계 펀드 '파마'가 대주주인 메리츠증권의 경우 지난해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비율)이 무려 1천4백32%에 달했다. 연간 순이익은 3억원에 불과했으나 배당금은 15배 이상인 50억원에 이르렀다. 이런 과정에서 파마는 13억원을 챙겼다. 올해도 이 증권사의 배당성향은 2백7%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외국계가 대주주인 서울증권과 S-Oil LG애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배당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외국인이 국내 기업의 대주주로 속속 등장할 경우 이같은 사례는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